美, '5대 협상국'에 韓 포함 … K-조선 역할론↑해외 조선소 투자설 잇따라 … 업계 "사실 아냐"정치권도 숟가락 얹기 … 현지 조선소 방문 요청항만 보안법 저촉 및 방산 연계 사업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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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오션
미국과 각국의 관세 협상이 본격화한 가운데 ‘K-조선’이 주요 협상 카드로 급부상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선업 재건 의지에 따라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사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과열된 관심만큼이나 근거 없는 루머와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 등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1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인도, 일본 등 5개국을 미국의 우선 협상 대상으로 지정하며 관세 협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내주 예정된 한미 고위급 무역 협상에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한국의 조선 기술과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역량을 협상 카드로 제시할 전망이다.미국은 자국의 쇠락한 조선업을 부활시키고, 해군력을 강화해 중국의 해양 패권을 견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미 국내 조선소를 대상으로 미국의 함정 중정비(MRO) 및 신규 건조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며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선업 협력을 강조하며 양국 협력의 물꼬를 텄다.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의 에너지 수출 확대 전략과 맞물려 있다. 한국이 지분 참여나 기술 협력을 제안하며 관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알래스카 가스관 투자가 이뤄진 뒤 관련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공급성 다변화 차원에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함정과 LNG 개발 역량을 갖춘 K-조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근거 없는 소문도 급증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필리핀의 수빅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페루, 모로코 등에서 조선소 설립·운영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잇따른 것으로, 해당 기업들에선 “해외 투자 기대감이 부추긴 오보”라고 일축했다.업계 관계자는 “해외 조선소 인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계속해서 검토되고 있는 사안이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바는 없다”며 “현지 투자는 기술 이전과 인력 교육 등 장기간의 준비가 필요해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 어렵다. 미국의 존슨법 등 규제와 현지 인프라 부족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K-조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정치권의 관심도 과열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앞서 지난해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약 1380억원에 인수하며 미국 상선 및 방산 시장 본격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현재 생산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인데, 국내 정치인들의 방문 요청이 쇄도하며 몸살을 겪고 있다.실제 더불어민주당의 모 의원은 지난 2월 대한상공회의소가 파견한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하던 중, 한화오션에 요청해 필리조선소를 찾았다. 이후 개인 유튜브 채널과 언론 인터뷰 등으로 방문 사실을 공개하면서 해상 크레인, 건조된 선박 등 조선소에서 촬영한 사진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항만 보안법 저촉과 함께 방산 연계 사업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은 외국 기업의 항만 및 조선소 운영에 대해 엄격한 보안 심사를 적용 중이다. 미 해군 함정 MRO 및 신규 건조 협력이 과도한 정치적 관심으로 인해 민감한 보안 이슈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서다.업계 관계자는 “현재 K-조선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관세 협상 속에서 전례 없는 기회를 맞고 있다”며 “과도한 기대와 외부 압력은 오히려 성장을 발목 잡을 수 있다. 정부와 업계는 루머를 잠재우고,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