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서 '가격 동결' 강조한 'The Hyundai Way' 캠페인 펼쳐속도, 디자인, 성능, 최신 기술 대신 '가격 안정성'과 '일자리 창출' 메시지 전면에 내세워미국 자동차 업계의 마케팅 전략 변화… 다양한 신뢰 요소와 사회적 책임까지 고려해야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자동차 가격이 대폭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이에 대응하는 브랜드 메시지를 담은 대규모 광고 캠페인을 선보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미국에서 '더 현대 웨이(The Hyundai Way)' 광고를 공개했다. 

    이 광고는 지난달 현대차가 미국에 총 210억 달러(한화 약 3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선보인 첫 대형 캠페인으로, 현대차가 기존 광고에서 꾸준히 강조해왔던 속도, 디자인, 성능, 최신 기술과 같은 요소 대신 '가격 동결'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광고 속 내레이션은 "사람을 우선시하는 것은 항상 우리가 중시해 온 일이었습니다. 현대차를 만드는 수천 명의 사람들부터, 자동차에 의지해 살아가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까지. 감당 가능한 비용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진 지금, 현대차는 MSRP(권장소매가) 인상 없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할 것을 약속합니다. 이 약속은 현대차의 몇 가지 차량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차량에 해당됩니다. 그것이 바로 현대차의 방식(The Hyundai Way)"이라고 말한다.

    광고의 핵심 메시지는 현대차의 '고객 안심(Customer Assurance) MSRP' 정책이다. 현대차는 오는 6월 2일까지 현대차의 전 차종에 대해 판매 또는 리스 시 MSRP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일시적 할인이 아니라, 가격 인상 없는 '가격 고정'을 약속한 것이다.

    또한 이 광고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엘라벨에 위치한 xEV(친환경차) 전용 공장인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 앨리배마 제조 공장을 배경으로 실제 근로자들을 캠페인 전면에 등장시켰다. 공장 내 현장 직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대차의 미국 내 현지 생산 비중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현대차가 미국 브랜드는 아니지만, 관세로 인한 가격 변동도 없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차량의 절반 가량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수입 자동차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현대차 차량 가격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번 캠페인을 기획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캠페인은 현대차 미국법인 인하우스팀이 제작했으며 TV와 디지털, 소셜 미디어, 스트리밍 오디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개된다. 
  • 앞서 미국 자동차 기업인 포드(Ford)도 대대적인 가격 할인에 나서며 현대차와 유사한 광고를 선보였다. 와이든 + 케네디(Wieden+Kennedy)가 대행한 포드의 'From America, For America(미국에서, 미국을 위해)' 캠페인은 미국에 대한 포드의 헌신을 집중 조명하며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했다. (관련기사 현대차·볼보·폭스바겐, 보고 있나?…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포드'가 선보인 '국뽕' 광고)

    현대차와 포드 모두, '신뢰'와 '헌신'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코드를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 자동차 업계의 마케팅 전략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 이전까지의 자동차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더 빠르고 더 멋지고 더 혁신적이고 더 편리한' 차량임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인플레이션, 고금리에 떠는 소비자들에게 '감당 가능하고 믿을만 한' 차량임을 적극 알리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미국에서 이제 자동차 브랜드들은 제품의 가격과 성능, 기술력, 디자인 외에도 가격 안정성과 일자리 창출, 생산 공장의 위치 등 브랜드의 다양한 신뢰 요소와 사회적 책임까지도 고려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설계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