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협력' 넘어선 방어적 연대한진, 경영 간섭 우려 높아져LS전선-대한전선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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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그룹과 LS그룹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한 것을 두고 호반그룹을 견제하기 위한 이른바 '反(반) 호반 동맹'을 결성했다는 해석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공동의 적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이 구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과 LS그룹은 동반 성장과 주주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사업 협력 및 협업 강화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항공우주, 도심항공교통(UAM),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해 향후 전기차 충전 인프라, 항공운송 전기화, 스마트팩토리 기술 고도화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단순한 사업 협력 이상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두 기업 각각 호반그룹과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사가 업무협약 배경으로 동반 성장과 주주이익 극대화를 내세우고 있는데는 호반그룹과 지분으로 얽힌 상황에서 향후 호반그룹의 '주주권 행사'에 공동대응 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호반그룹 계열사인 호반건설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2대주주(17.44%)다. 호반건설은 지난달 진행된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반대하기도 했다. 한진칼이 이사 보수한도를 9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높이려 하자, 호반이 반대했다. 이를 두고 호반건설이 경영권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2022년 사모펀드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사들여 2대 주주로 올라섰는데 이는 최대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특수관계인(19.8%)의 지분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호반건설은 공식적으로는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과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경영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LS그룹 또한 호반그룹과 갈등구도에 있다. LS그룹과 호반그룹의 각 계열사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 유출문제를 두고 분쟁을 겪고 있다. 

    경찰은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 공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LS전선의 공장설계 기술력이 활용됐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국내 전선업계 1, 2위인 두 기업 간의 갈등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제기한 부스덕트용 조인트키트 기술특허 항소심은 LS전선의 일부 승소로 마무리됐다. 

    이 과정서 호반그룹이 LS그룹의 지분을 5% 미만 매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자회사 간 갈등이 그룹사간 대결로 확전됐다. 

    재계에서는 LS그룹이 최근 LIG과 포괄적 협력관계를 맺은 점도 예의주시하고있다. LIG와 LS 두 기업은 모두 LG그룹에 뿌리를 두고 있다. 향후 LS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LIG가 백기사로 등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들 기업들은 표면적으로는 미래 산업 협력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호반그룹 견제를 위한 전략적 제휴 성격이 강하다"며 "한진과 LS 모두 경영권 방어 및 경쟁사 견제를 위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