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피 7.3% 상승하는 동안 삼성전자 2.6% 올라외국인 '팔자' 거세…연초 이후 4조원 순매도관세 우려 및 HBM 불확실성에 시장 관망심리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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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미국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우려와 하반기 HBM 수요 불확실성 속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외면받고 있다. 펀더멘탈 대비 매력적인 주가라는 평가에도 시장의 관망 심리는 지속되는 모습이다.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불과 2.6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7.26% 상승한 것과 비교할 때 저조한 성적이다.삼성전자 주가는 좀처럼 횡보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14일 4만9900원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지난 3월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을 반영하며 5개월여 만에 6만원대를 돌파했지만 7거래일 만에 다시 5만원대로 내려왔다. 지난 7일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5만4600원이다.수급적으로 볼 때 외국인의 팔자세가 거세다.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외국인 순매도 1위 종목은 삼성전자로 4개월여간 4조702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순매도 2위인 현대차(1조5769억원)보다 3배 가까이 많다.지난달부터 이달 7일까지 24거래일 동안 4거래일을 제외하고 매도 우위였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1분기 확정 실적이 비교적 견조했음에도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최근 실적만 볼 때 어느 정도 펀더멘탈이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 매출은 전분기 대비 4% 증가한 79조1405억원, 영업이익은 2.97% 증가한 6조68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매출은 10.05% 늘어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또한 4월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7.2% 증가한 116억7000만달러(약 16조3132억원)로, 역대 4월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반도체 경기 역시 바닥을 지났다는 평가다.그럼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망심리는 꺾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관세 문제가 최악의 상황을 지났지만 반도체 품목별 관세 부과 시점과 크기 등 불확실성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투자 심리 회복을 발목 잡고 있단 평가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가별 상호관세는 유예한 후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한 상황이지만 예고된 유예시점 이후 상황은 불투명하고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 리스크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품목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투자자들에 보낸 보고서에서 고율 관세 리스크를 '빙산'에 비유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관세 영향은 '빙산'과 같다"며 "더 큰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의 실적은 중요하지 않고 수면 아래에는 보이지 않는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다만 지난 7일(현지시각)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가 이달 15일 발효되는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초 상호관세 발표 이후 주요 국가와 통상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AI 칩 수출통제 문제도 이 협상과 연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관세 문제뿐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성장 폭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삼성전자의 경쟁력 확보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력한 리스크로 거론된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삼성전자 등 글로벌 메모리 '빅3' 기업 중 삼성전자만이 엔비디아 HBM3E 12단 퀄리티 테스트도 통과를 못한 상태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성장 둔화를 우려하며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JP모건은 "올 1분기 HBM 매출은 당사 추정치(전 분기 대비 62% 감소)보다 더 부진했으며 5세대 HBM 제품인 HBM3E 12단의 인증 절차 관련 잡음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영진은 생산 속도에 점점 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HBM 출하 성장률 전망도 60%에서 50%로 낮췄다.
일각에선 주가가 5만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현재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인증을 진행 중이며 단품칩 인증 통과 후 완성품 패키지 인증에도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알기 어렵다"며 "만약 실패할 경우 올해 삼성전자 HBM 판매량은 당초 예상치를 대폭 하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경기가 일반적인 둔화가 아닌 침체 또는 위기 상황으로 간다면 올해 2월 기록했던 역대 최저 주가순자산비율(PBR) 배수 0.8배(주가 5만원)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주가가 이미 HBM 경쟁력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한 만큼 밸류에이션 매력을 높게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의 PBR은 1배 미만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은 없는 구간으로 평가된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을 통해 투자자들은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추가적인 이익 악화가 일단락되고 바닥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의 현재 주가에서 하방 경직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이 주춤하지만 메모리 중심으로 반도체 실적 방향성이 확보된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 HBM 부문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은 부분도 주가 측면에서 편안할 수 있다. 여전히 PBR이 1배 미만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은 없는 구간"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HBM 제품 승인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올 2분기 이후가 삼성전자 주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유약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 사업은 1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인 뒤 2026년에는 HBM3E 12단과 HBM4의 판매량 증가를 통해 시장 경쟁력 회복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면서도 "이에 대한 성패 여부는 2분기 중에 판단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