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重, 英에 2900억원 규모 변압기 공급 무산 LS전선, 초고압케이블 예약계약 → 취소원자재↑ 공급망 ↑… 해상풍력시장 '휘청'
  • ▲ 미국 테네시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효성중공업
    ▲ 미국 테네시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과 LS전선이 유럽과 미국에서 체결한 초고압 전력기기 및 케이블 계약이 잇따라 해지됐다. 계약금액은 각각 2900억원과 2500억원으로 총 5400억원의 수주가 철회된 것.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영향이 주효했다.

    9일 효성중공업과 LG전선에 따르면 두 회사는 최근 전력 관련 사업 수주 계약 해지 공시를 연이어 올렸다.

    먼저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해상풍력 1위 기업인 덴마크 오스테드와 체결한 초고압 전력기기 공급계약이 최종 무산됐다. 효성중공업은 영국 '혼시4 해상풍력단지(HOW04)'에 해상변전소와 육상변전소에 각각 변압기와 리액터를 공급,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따냈다. 

    발주처인 덴마크 오스테드사는 영국 요크셔 해안 지방에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경제성'을 이유로 해당 사업을 취소했다. 

    라스무스 에르보에 오스테드 최고경영자는 "거시경제 여건이 좋지 않고 시장 운영의 리스크 증가로 사업성이 약화됐다"며 사업 중단을 공식화했다. 

    이에 효성중공업 측은 "계약상대방의 공급망 비용 증가, 높은 금리에 따른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로 역무상의 하자로 인한 해지가 아니다"고 밝혔다. 

    또 "해당 계약으로 공급이 이행된 내역은 없다"면서 "계약상대방과 계약 해지 후속절차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 밝혔다. 계약규모는 1억9395만 유료(EUR)로 지난해 계약 체결 당시 환율인 1501.44원을 적용해 우리돈으로 2912억원에 달한다. 
  • ▲ LS전선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 ⓒLS전선
    ▲ LS전선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 ⓒLS전선
    LS전선도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 해저 초고압 케이블 예약계약이 해지됐다. 

    LS전선은 2일 미국 법인(LS Cable Systems America)가 애틀랜틱 쇼어스 오프쇼어 윈드1(Atlantic Shores Offshore Wind 1)와 맺었던 해저 초고압 케이블 자재 및 용역 예약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LS전선은 지난해 12월 북미 동부 해상풍력단지 구축을 위한 275㎸ 해저 초고압 케이블 납품, 전기공사 및 준공시험 등을 포함하는 예약계약을 맺었으나 원계약자의 계약 취소 통지로 사업이 무산됐다. 

    해당 계약은 초고압 케이블 공급 물량을 미리 선점하려는 '예약' 개념의 계약으로 계약 조건 및 이행사항이 포함된 최종 계약은 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업의 규모는 25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됐다. 

    이와 관련해 LS전선 측은 "해당 계약은 일정 기한 내 계약 체결이 안될 땨 취소되는 조항이 있으며 프로젝트 보류 예상에 따라 발주처와 협의 하에 취소를 결정했다"면서 "당사는 계약에 의거 취소 수수료(cancellation fee)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어 "본 건은 동해 공장에서 공급하기로 한 계약으로 이미 확보된 수주잔고 물량으로 인해 실적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이은 계약 해지로 국내 기업의 중장기 수주 환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은 장기적으로 청정에너지 전환의 핵심 산업으로 평가되지만,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불안과 금융비용 상승, 보조금 정책의 불확실성 등으로 '고비용·저수익'의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자재비와 금리 상승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데다, 정부 지원 지연까지 겹치면서 투자자와 시공사 간 계약 재협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 우려로 계약을 아예 해지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거나 철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덴마크 오스테드사는 지난해 미국 뉴저지주에서 추진하던 Ocean Wind 1·2 프로젝트(2.2GW 규모)를 전격 철회했고, 스웨덴의 바텐폴(Vattenfall)도 영국 노퍽 지역에서 진행 중이던 1.4GW급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대부분 장기 파이낸싱 구조로 진행되기 때문에 금리와 자재비 상승은 계약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글로별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올해 수주 시장은 더 얼어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