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시행 한달 앞두고 역대급 직역 갈등 박단發 '의사보조원' 발언 논란 가중 시행 한달 앞두고 의사단체·간호계 모두 반발 체계 없는 교육과 책임 전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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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진료지원 업무를 제도화하는 간호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골수천자, 피부봉합 등 의료행위를 간호사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의료체계의 근간이 바뀌는 것인데 준비가 부족해 직역 갈등만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교통정리 없이 시작된 간호법이 환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가 나온다.22일 의료계와 간호계에 따르면 정부는 3년 이상 임상 경력과 교육 이수 요건을 충족한 전담간호사에게 45개 항목의 진료지원 업무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진료 동의서 초안 작성, 동맥혈 천자, 피부 봉합, 골수천자 등 의사 전공의가 주로 맡던 업무가 포함된다.진료지원 업무 수행 의료기관은 원내 위원장 1명을 포함해 5명 이상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며 위원회에는 의사와 간호사가 각각 1인 이상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또 간호사별 직무기술서를 심의·승인하고, 진료지원 인력이 교육 이수 범위 내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한다.진료지원 인력에 대한 교육은 이론 및 실기교육, 소속 의료기관에서의 현장실습으로 구성된다. 교육기관은 대한간호협회(간협)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유관 협회 및 그 지부·분회, 3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 전문간호사 교육기관, 공공보건의료 지원센터, 그밖에 복지부 장관이 전담간호사 교육과정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인정하는 기관 또는 단체다.◆ PA 제도 진입 과정 속 '의사보조원' 발언 파장큰 틀의 맥락은 나왔지만 교육 주체, 법적 책임 소재, 현장 이행 기준이 불명확하다. 간호법은 오는 6월 21일 시행인데 이견 차가 커 간호계 내부, 직역 마찰로 이어지고 있다. 전에 없던 역대급 갈등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정 사태를 넘어 의료원팀 체계가 무너지기 직전이다.특히 의사보조원 발언 논란이 거세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1일 보건복지부 공청회에서 "진료지원(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는 '의사보조원'으로 정의돼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 논쟁의 불씨가 됐다.박 위원장은 "현 제도는 용어부터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자격, 교육, 업무 범위 모두 졸속"이라며 "결국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고위험 진료영역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애초에 간호법과 PA간호사 법제화 이슈는 전공의 집단 사직 문제로 의료공백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 담겨 법 통과가 이뤄졌는데 시행을 한달 앞두고 의사보조원이라는 비하적 느낌의 단어를 꺼낸 탓이다.◆ 진료지원 교육기관 주도권 싸움교육기관의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도 뚜렷하다. 대한간호협회는 "진료지원업무는 간호 실무 기반의 고난도 행위인 만큼 간협이 교육을 총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복지부는 "교육 표준안을 수립한 뒤 기관별 이행 여부를 승인하는 방식"이라며 의료계 전체의 참여를 강조했다.간호협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의 63%는 별도의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다. 상당수가 현장에서 선배의 '도제식' 교육만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제도 시행 이후 발생할 의료사고의 책임 공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간호협회는 "진료지원업무는 단순한 보조가 아니라 환자 상태를 신속히 파악하고 임상 상황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고난도의 전문 영역이다. 정부는 아무런 교육 인프라도 없이 병원 등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이들은 ▲진료지원업무 교육의 간호협회 전담 ▲간호 현장의 수요와 전문성 기반의 업무 구분 ▲간호사의 실제 업무 흐름에 맞춘 행위 목록 고시 및 법적 자격 보장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간호계 내부에서도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 제도의 중첩 문제가 제기된다.전문간호사는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국가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을 얻는 데 반해, 전담간호사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기준으로 고위험 진료 업무에 투입될 수 있어 자격 체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의료현장의 핵심 당사자들도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한 상급종합병원 간호사는 "교육도 없이 업무에 내던져지고,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은 간호사에게 전가된다"며 "현장에서는 족보와 구두 전승으로 배운 내용을 근거로 고난도 진료를 수행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정부는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감독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법 시행까지 남은 한 달간 현장의 혼란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환자를 위한 것이라면서 … 또 희생양 되몰리나진료 공백을 메우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타당하지만 교육도, 책임 구조도, 정의도 불명확한 채 제도가 출발선에 서면서 결국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한 폐암 환자는 "의정 사태에 이어 간호법 문제로 직역갈등이 터지기 시작했다. 안정적 진료 환경에서 제대로된 치료를 받고 싶은 환자들이 왜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이어 "새 정권이 들어서도 여전히 힘든 상황이 반복될 것 같다. 시행 한 달 전이면 이미 교통정리가 돼야 했다. 환자만 또 희생만이 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복지부는 논란의 중심인 교육과정의 표준안을 전문가 논의를 통해 정비하겠다고 밝혔고 입법예고 절차를 거쳐 6월 21일 시행 전까지 관련 규칙을 확정·공포할 예정이다.그러나 교육체계와 자격 기준, 책임 주체에 대한 의견차가 여전한 만큼, 시행 이후에도 혼란과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