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미국 주식 14억달러어치 팔아 … 올해 첫 순매도세SOXS·테슬라·엔비디아·팔란티어 등 기술주 중심 매물 쏟아내“뉴욕증시, 높은 밸류·낮은 펀더멘탈 … 불안한 장세 보일 것”
  • 최근 뉴욕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과 감세안 압박,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도 올해 처음 순매도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식 14억1241만달러(한화 약 1조9449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 금액은 16억1867만달러(약 2조2289억원), 매도 금액은 17억5991만달러(약 2조4234억원)로 각각 집계됐다.

    앞서 서학개미들은 올해 1월 미국 주식 40억7841만달러(약 5조6160억원)어치를 사들인 데 이어 ▲2월 29억7546만달러(약 4조972억원) ▲3월 40억7239만달러(약 5조6077억원) ▲4월 37억537만달러(약 5조1023억원)를 담으면서 순매수 기조를 이어왔지만, 이달 처음 순매도세로 전환했다.

    이들은 5월 SOXL(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 16억5683만달러(약 2조2815억원)를 순매도했으며 ▲테슬라(14억8172만달러) ▲엔비디아(9억6845만달러) ▲팔란티어(7억8167만달러) 등 반도체·인공지능(AI) 등 기술주를 대거 팔아치웠다.

    반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유나이티드헬스(UNITEDHEALTH GROUP INC)로 2억7144만달러(약 3738억원)를 순매수했으며 ▲DIREXION SEMICONDUCTOR BEAR 3X ETF(1억3470만달러) ▲DIREXION DAILY 20 YEAR PLUS DRX DLY 20+ YR TREAS BULL 3X SPLR(1억1946만달러) ▲알파벳A(9659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뉴욕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높아지자 서학개미들의 이탈도 가속화 하는 모습이다. 실제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이달 들어 2.93% 상승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8.18%, 4.95% 올랐지만, 최근 2거래일(20~21일) 연속 약세를 기록 중이다.

    이는 무디스의 미 신용등급 강등,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감세안 압박에 따른 재정 적자 확대 우려 등이 작용한 영향이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1’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 누적과 이에 따른 부채 증가, 이자 지급 부담의 가중이 향후 예산 운용의 유연성을 제한할 것이라는 점을 강등 이유로 들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지난 2011년 8월 S&P, 2023년 8월 피치에 이어 세 번째 경험이기에 주가 측면에서 내성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케빗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스캇 베센트 재무장관 등 트럼프 정부 측에서도 후행적인 판단이라고 지적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며 “과거에는 유럽 재정위기(2011년), 연준의 고강도 긴축(2023년) 등 매크로 상 위기 환경이 조성된 반면 지금은 위기의 레벨이 과거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규모 감세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미국의 재정 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번 감세안을 두고 공화당 내부 갈등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직접 방문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세금이 오를 것이라고 경고하며 공화당 의원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이에 미 국채 금리는 일제히 급등세를 맞기도 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재정건전성 등의 이슈로 일본과 영국, 그리고 유럽 지역의 장기 국채 금리가 연속 고점을 경신하는 가운데, 미국 역시 지난주 신용등급 강등과 재정 수지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감세 법안 통과가 예정되고 있다는 것이 장기채 금리의 상승 재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원·달러 환율까지 하락하면서 서학개미들의 ‘환차손’ 우려가 커지며 투심은 더욱 얼어붙었다. 통상 미국 주식 투자자들은 원화 가치가 낮아져야 미국 주식을 팔고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유리하다.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면 오히려 평가 손실이 날 수 있어 서학개미들은 환율을 살피며 투자해야 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오후 3시 기준 전장보다 0.035 낮은 99.395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인덱스가 1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미-중 ‘관세 휴전’이 이뤄지기 전인 이달 8일 이후 약 2주 만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는 미국 20년물 국채 입찰 부진과 재정건정성 우려,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달러 약세 관련 논의 가능성 등에 하락했다”며 “미국 20년물 국채 입찰이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도 역시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뉴욕증시가 높은 밸류에이션과 낮은 펀더멘탈로 불안한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은 ‘높은 밸류에이션’과 ‘낮은 펀더멘탈’을 품고있는데, 관세 영향을 온전히 제외하더라도 올해 하반기 미국 주식시장은 불안하다”며 “현재 미국 주식시장 PER은 IT 버블 이후 가장 높으며 미국 경기의 중심축인 고용시장의 선행지표는 이미 팬데믹 당시 저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 후퇴는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 하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성장은 소비, 투자, 정부지출 측면에서 어려운 환경인데다 감세 안은 표류하고 있고 당장 금리가 낮아지기도 어렵다. 시간은 필요할지라도 트럼프가 후퇴할 것으로 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트럼프가 힘을 쏟고 그에 따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투자인데, 앞으로는 미국 내 설비투자 진행 기업에 대한 관세 혜택 제공이 가능성 높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며 “다만, 주식시장 측면에서 미국 증시는 여전히 밸류 부담이 높은 만큼 높은 성장 기대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를 충족시키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