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해진공 "회사가 판단할 일" … 주가 급등에 매각 차질 우려도이재명 “정부 지분 있어 가능” … 노조 “논의조차 없었다”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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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내건 ‘HMM 본사 부산 이전’ 공약이 논란에 휩싸였다.

    정작 HMM의 최대 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검토한 적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공약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과 시장 일각에서는 “민간기업 이전 문제를 대선 공약으로 활용한 것은 포퓰리즘이자 반(反)시장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산은·해진공 “이전 검토한 적 없다” … HMM도 "경영 판단 대상“

    23일 국회 정무위원장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나란히 “HMM 본사 이전은 경영 판단 사항이며, 기관 차원에서 검토한 바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현재 HMM의 주요 주주는 산업은행(36.0%), 해진공(35.7%)으로, 정부가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두 기관 모두 이전 논의에 참여한 적 없으며 민영화를 위한 ‘좋은 주인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후보는 앞서 부산 유세에서 “북극항로 대비를 위해 HMM을 부산으로 이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가능하다. 직원들도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HMM 노조 측은 “이전 논의를 한 사실이 없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대주주도, 내부 구성원도 공감하지 않은 내용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과잉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 급등에 ‘정치 테마주’ 전락 … 산은 BIS비율도 위협

    이 후보 발언 이후 HMM 주가는 급등세를 보이며 정치 테마주처럼 움직이고 있다. 이달 초 1만8000원대였던 주가는 최근 2만2000원을 넘어섰다.

    산은 관계자는 “HMM 주가가 1만8661원을 넘으면 BIS(자기자본비율) 15% 초과분에 위험가중치 1250%가 적용돼 주가가 1000원 오를 때마다 BIS 비율은 0.09%포인트씩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산은의 BIS 비율은 13.9%로 당국 권고 기준(13%)에 근접한 수준이다. 따라서 HMM 지분을 조속히 매각해 자본비율을 안정화해야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매각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野 “HMM도 정치에 동원하나” … “선거용 졸속 공약” 비판

    야권에서는 이 후보의 공약을 두고 “선거용 졸속 공약으로 민간 경영에 무리하게 개입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윤한홍 의원은 “민간기업 경영에 정치가 개입하면 시장 질서가 흔들린다”며 “조율 없는 졸속 공약이 선거 후 HMM 민영화까지 발목 잡을 것”이라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직원들이 동의했다는 이 후보 주장은 허위”라며 “일산대교 무료화, 커피 원가 주장에 이어 HMM까지 이 후보는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해진공 측은 “HMM 매각 방식과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글로벌 선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수출국가 공급망을 안정화할 ‘좋은 주인’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가 급등과 정치 불확실성으로 원매자의 부담이 커지고, 적정가 논란까지 겹치면 매각 자체가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