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자력 발전소 건립 가속 … 2050년까지 발전 용량 4배유럽 주요국 줄줄이 탈원전 정책 폐기 … 정책 변화 시사이재명 "원전은 위험하고 문제" … 한국 원전 또 운명 기로원전업계 분위기 뒤숭숭 … "李 당선 시 원전 산업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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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3 대통령 선거' 후보자 2차 TV 토론회가 열린 2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내놓은 '재생 에너지 중심 정책' 공약을 두고 원자력발전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처럼 또 다시 탈원전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걱정에서다.특히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원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의 원전 산업이 국제적인 흐름에서 뒤처지면서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2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원자력 발전소 건립을 가속해 미국의 원자력 발전 용량을 오는 2050년까지 4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원자력발전 안전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4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개혁 ▲에너지부 내 원자력 에너지 연구 개혁 ▲연방 정부 토지 내 원전 건립 추진 ▲미국 내 우라늄 채굴 및 농축 확대 등에 대한 것이다.구체적으로 행정명령은 향후 25년 내 원자력발전 용량을 4배로 하는 것이 목표다. 규제 절차를 산업의 실제 필요와 공공 안전에 맞춰 원자력규제위원회(NRC)를 개혁하는 내용을 담았다.트럼프 대통령은 또 원자로 시험과 관련한 규제 절차를 개정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내년 7월 가동을 목표로 3개의 새로운 실험용 원자로에 대한 시범 프로그램을 만드는 내용이 포함됐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리는 오늘 엄청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이것은 이 산업에서 미국을 진짜 파워(국가)로 다시 만들 것"이라며 "이제는 원자력 시대로, 우리는 매우 크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앞서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잇달아 탈원전을 취소했다. 유럽 국가들은 과거 체르노빌, 스리마일섬,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에 앞장섰으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대유럽 에너지 수출을 제한하면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자력을 재평가하고 있다.실제 벨기에는 22년 만에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다. 40년간 원전 금지 정책을 이어온 덴마크도 최근 에너지 정책 변화를 시사했다.세계 최초의 탈원전 국가인 이탈리아는 마지막 원자력 발전소가 폐쇄된 지 25년 만인 올해 3월 원자력 사용을 다시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스페인도 향후 10년 안에 원자로 7곳을 폐쇄한다는 계획을 취소했다.이밖에 프랑스는 지난해 2050년까지 신규 원전을 최대 14기까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기존 계획 대비 8기 확대된 것이다. 영국도 지난해 '민간 원자력 로드맵 2050'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24GW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
- ▲ 체코 두코바니에 있는 원전 시설의 모습. ⓒ체코전력공사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는 줄곧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국내 원전 업계에선 최근과 같은 정세에서 한국 원전 관련 기업들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 원전 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실제 이재명 후보는 지난 18일 TV 토론에서 "원전은 기본적으로 위험하고 지속성에 문제가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그러면서 "원전을 활용하되 너무 과하지 않게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전환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질의에는 "원전은 일도양단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답했다.이 후보는 지난 23일 TV 토론에서도 에너지 정책을 놓고 다른 후보자들과 날 선 공방을 벌였다.이 후보는 "우리 원전이 사고가 안 났지만, 50년 또는 100년에 한 번 사고 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라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도 포화상태인데, 어느 지역에 짓느냐"라고 말했다.이어 "일본 후쿠시마, 러시아 체르노빌 폭발 사고는 조심 안 했겠느냐"라면서 "사고가 많이 나기 때문에 비중을 올리는 건 맞지 않다”라고 했다. 이어 “원전이 가장 위험한 에너지란 생각은 여전하다"라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원전은 유망한 수출 산업인데, 문재인 전 대통령 때 (탈원전 정책으로) 해외 영업이 어려웠다"라며 "사고 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는 취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라고 비판했다.김문수 후보도 "원전은 가장 안전한 에너지"라며 "후쿠시마 사고는 해일 때문에 누수된 것이지 폭발 사고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 원전 시공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앞서 인공지능(AI)산업 육성을 위해 대형 원전 6기 추가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원전 비용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졌다. 이재명 후보는 "원전이 당장은 싼 게 맞지만, 폐기물 처리 비용이나 위험 비용을 계산하면 엄청나게 비싼 에너지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는 "그걸 다 감안해도 원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더 싸다"라고 반박했다.원전 업계는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탈원전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며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한 업계 관계자는 "원전 산업은 궁극적으로 대형 원전과 SMR하고 같이 가야 한다"라며 "이 후보의 에너지 공약을 보면 그런 내용이 빠져 있으니 친원전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이 후보가 당선되면) 원전 산업은 지금보다 더 축소·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