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성능 상대평가 이의 제기로 사업 중단방사청, 다목적 무인차량 성적서 수정 허용 검토법무 검토 결과·관계 기관 협의해 기종결정 방침
  • ▲ Chat GPT가 생성한 현대로템의 셰르파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아리온스멧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Chat GPT가 생성한 현대로템의 셰르파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아리온스멧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위사업청이 추진하고 있는 다목적 무인차량 구매사업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방사청이 기종 결정을 앞두고 업체가 제출한 제안서를 새로운 성적서로 대체하는 방안을 법무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참여 업체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해 4월 다목적 무인차량 구매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이 제출한 기존 제안서 대신 새로운 성적서를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은 작년 4월 방사청이 육군과 해병대에 배치할 다목적 무인차량 확보를 위해 공고한 약 500억원 규모의 구매사업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아리온스멧, 현대로템의 셰르파가 제안서를 통해 기종 성능을 제출했다.

    이후 양사의 장비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육군 시험평가단의 구매시험평가를 거쳐 90여가지 항목에서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다목적 무인차량 구매사업은 제안서 평가, 구매 시험평가, 업체별 최대 성능 확인 및 협상을 거치도록 돼 있어, 성능 확인만을 남겨둔 채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대 성능’ 상대평가를 둘러싼 업체 간 이견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현대로템이 방사청 실물 평가 시 제안서에 제출한 성능보다 높은 수치가 나오면 해당 부분을 인정해달라고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 측은 다목적 무인차량의 전술적 특성을 고려해 산악 지형 등에서 운용할 수 있는 최적의 성능을 제출했으며 제안서는 방사청이 시험하기 전 군에서 최저성능을 요구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방위사업청 예규 등 관련 규정에 따르면, ‘최대 성능 확인’은 제안서를 통해 제출한 최대 성능 수치가 맞는지를 실물을 통해 확인하고, 두 업체의 최대 성능을 상대평가하도록 돼 있다.

    방사청은 2024년 4월 사업을 긴급 공고하며, 일주일 뒤 사업설명회에서 양사에 제안요청서(RFP)를 공개했다는 입장이다.

    제안요청서에는 최대 성능 확인을 포함한 사업의 기종 결정 평가 항목 및 기준이 기술됐으며, 구체적인 수치 확인이 가능한 6개 항목에 대해 상대 비교로 평가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지난달 말 해당 사안은 법무 검토를 거쳐, 관련 법규에 따라 성능 확인 기준, 방법 및 절차 등을 확정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기종 결정 종합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방사청이 제출된 제안서를 새로운 성적서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화에어로의 반발이 제기됐다.

    ‘방위력개선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기준’ 제8조 제3항에는 “제안서의 접수 후 수정 및 보완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며, 제안서 내용 미비에 대한 책임은 해당 업체에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제안서 변경이 허용될 경우 공정성 훼손은 물론, 사업자 선정 이후에도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은 법무 검토 결과와 관계 기관 협의 등을 거쳐 기종 결정 종합 평가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며, 사업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기종 결정 종합 평가 방안은 결정된 바 없으며, 정책 결정이 될 때까지 입장 제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2020년 방사청 주도로 신속시범획득사업으로 채택돼 본격화됐다. 당시 사업 과정에서도 양사가 군에서 요구하는 성능 기준을 충족하고 모두 입찰가를 ‘0원’으로 제출하자 ‘가위바위보’로 낙찰자를 결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종합 평가 방안에 대해 방사청이 예외를 허용할 경우, 방사청 개청 이후 19년 만에 기존 방침을 변경한 선례가 될 수 있어, 향후 방사청의 사업 평가 기준에 대한 혼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업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무인 전력을 본격 전력화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고, 수출과 후속 사업을 고려하면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향후 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능 시험에 대한 공정하고 명확한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신규 무기체계 도입이라는 특수한 사업은 맞지만, 지속적인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전문성 확보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세밀한 역량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