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협상 결렬에 줄폐점 현실화점포 수 밀리는 홈플러스, 롯데마트 2위 도약 초읽기수익성 격차도 벌어져 … 홈플러스, 롯데마트에 실적 추월 당하나
  • ▲ 홈플러스 ⓒ연합뉴스
    ▲ 홈플러스 ⓒ연합뉴스
    법정관리 중인 홈플러스가 최대 17개 점포의 폐점 위기에 몰리면서 대형마트업계의 판도 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임대료 인하 협상이 잇따라 결렬되면서 점포 수 기준 업계 2위 자리를 롯데마트에 내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최근 전체 임차 점포 68곳 중 61곳과 임대료 인하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 중 17곳과는 합의에 이르지 못해 계약 해지를 통보한 상태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4일 회생절차 개시 이후 채무자회생법 제119조를 근거로 임대료 조정 협상에 들어갔다. 이는 회생계획 수립을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임대료가 과도하게 책정된 점포들을 중심으로 협상에 나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들 점포의 연간 임대료 총액은 약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임대인 측의 반발로 협상이 순탄치 않았다. 계약 이행 여부에 대한 답변 기한인 5월15일까지 일부 임대인과는 조율에 실패했고 법원의 승인을 받아 계약 해지 절차에 돌입했다. 문제는 현재도 44개 점포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폐점 점포 수는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홈플러스는 "기한 내 회신이 없을 경우 해지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해지 통보 이후에도 협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이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7월10일까지 연장하면서 추가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

    다만 홈플러스가 요구하는 수준의 임대료 인하가 실제로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절반에 가까운 임대료 감면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임대인 측이 쉽게 수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 ▲ 롯데마트 천호점 ⓒ롯데마트
    ▲ 롯데마트 천호점 ⓒ롯데마트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홈플러스 점포 수는 기존 117개에서 100개로 줄어든다. 현재 국내 대형마트 시장은 이마트가 1위, 홈플러스가 2위, 롯데마트가 3위다. 111개 점포를 운영 중인 롯데마트가 홈플러스를 제치고 점포 수 기준 2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롯데마트는 최근 점포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1월 서울 강동구에 천호점을 새롭게 열었다. 이는 2019년 롯데몰 수지점 출점 이후 6년 만의 신규 출점이다. 또 다음달 개장 예정인 구리점도 있다.

    점포수 변화는 실적 격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5조5765억원의 매출과 6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홈플러스는 2023년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 기준 7조3485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 격차는 약 1조7000억원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에서는 되레 26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홈플러스가 적자를 이어가는 사이 롯데마트는 점포 수 확대에 나서고 있어 향후 매출에서도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만간 발표될 홈플러스의 2024년 회계연도 실적 역시 수천 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실적 역전 가능성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점포 축소가 단순한 매장 수 감소에 그치지 않고 매출 하락 등 전방위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봤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력 경쟁사인 홈플러스의 영업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 점포 중심의 반사 수혜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찬용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도 "홈플러스 부실화로 인한 업태 내 경쟁 압력 완화는 경쟁사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위기는 대형마트 시장이 단순한 점포 수 경쟁에서 벗어나, 효율성과 수익성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임대료 협상 결과에 따라 유통 지형이 크게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