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HBM4 경쟁 본격화 … 앞다퉈 증설 전망전년 대비 마이크론 120%·SK하이닉스 48% ↑공급량 증가에 4분기 가격 하락 전망 우세
  • ▲ GDDR7 D램.ⓒSK하이닉스
    ▲ GDDR7 D램.ⓒSK하이닉스
    올해 D램 시설투자(케펙스·CAPEX) 규모가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인공지능(AI) 시대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위해 기업들이 투자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시설투자 확대에 따른 공급과잉이 하반기 D램 가격의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메모리 기업들의 D램 시설투자는 사상 최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올해 시설투자 규모가 432억 달러(한화 약 59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대비 37% 오른 수준으로 앞서 전망한 수치보다 금액을 늘렸다. 이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5년 평균 수치인 266억 달러 대비 63% 증가한 금액이다. 

    회사별로 보면 미국의 마이크론의 설비투자 금액을 가장 많이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은 올해 D램 설비투자에 지난해 대비 120% 증가한 110억 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금액의 대부분이 미국 내 신규 공장 증설에 사용되고, 일부는 HBM 생산능력 증설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돼 실제 D램 웨이퍼 투입 생산능력 증가는 월 2만 장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도 전년 대비 48% 증가한 122억 달러를 D램 설비투자 비용으로 지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최대 67% 늘어난 196억달러까지 투자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반기 기존 설비들의 공정 전환, 이천 M16팹 설비 증설, 청주 M15X팹 인프라 투자 등이 이뤄진 영향이다. 하반기에는 M15X팹 완공시 전공정 설비 투자 등 3년여만의 신규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CXMT는 올해 D램 설비투자 금액에 55억 달러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대비 45% 늘어난 금액이다. CXMT는 범용 D램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증설을 진행해왔는데, 올해 또한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대중국 수출규제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HBM 생산능력 증설에는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역시 하반기에 평택 4기의 전공정 설비 투자를 집중하며 작년 대비 2% 늘어난 138억 달러를 D램 설비투자 비용으로 사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평택 3공장의 D램이 적용되는 HBM3e 12단의 제품 양산화가 진척을 보이고 있는데다, 1cnm D램의 양산 수율이 개선되고 있어 선제적 증설을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메모리 업체들의 공격적인 설비투자 확대는 좀처럼 줄지 않는 수요 덕분이다. 특히 연내 D램을 최대 16장까지 쌓을 수 있는 HBM4 경쟁이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더 많은 D램이 필요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HBM 1위 수성을 위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CXMT의 경우 범용을 넘어 HBM 전환을 위해 증설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설비투자 증설에 따른 D램 공급 확대가 가격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공급의 증가는 선구매로 인해 높아져 있는 D램 유통 재고와 연결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업황 둔화 압력을 높일 수 밖에 없다. 

    올해 4분기부터 D램 시장의 공급 물량이 수요보다 많아질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 결과 DDR5를 포함한 일반 D램 가격도 올해 3분기에 잠깐 오르다가, 4분기부터는 다시 떨어질 것이란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D램 공급 물량이 많아질수록 AI 서버에 투자하는 기업들의 계획이나 스마트폰 등의 수요 등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