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인하, 정책공약집에서 빠져"이재명 기조 감안, 최고금리 인하 중장기 추진 가능성"인하 시 대출 심사 더 깐깐해져…저신용자 '컷 오프' 현상 우려"서민 위한 금리 인하, 오히려 제도권 금융 소외 불러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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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법정 최고금리가 다시 낮아질 수 있다는 업계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대선 공약집에서는 제외됐지만, 금융 약자 지원과 민생 금융비용 완화에 방점을 둔 이 대통령의 기조를 감안할 때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중장기 과제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업계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금융약자 보호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저신용자의 대출 기회를 오히려 좁히는 '컷오프'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 최고금리 인하 이후 벌어졌던 '선의의 역설'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의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을 보면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법정 최고금리란 국가가 정한 이자의 상한선이다. 현재 한국에서 돈을 빌려줬을 때 취할 수 있는 이자는 20%가 최대다. 

    공약집에 관련 내용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여전히 최고금리 인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이 2022년 대선 당시 최고금리를 10%대로 낮추겠다고 밝힌 전례가 있고,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 관련 입법 시도가 꾸준히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정 최고금리를 연 15%로 낮추는 내용의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으며, 당내에서도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명분으로 최고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지속돼 왔다.

    이런 배경 속에 공약집에서 최고금리 인하가 제외된 데 대해 2금융권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중장기적으로 최고금리 인하 조치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업계는 이 대통령이 배드뱅크 설립 등 서민 금융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가산금리 조정 등으로 이자 부담을 단계적으로 낮춘 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민주당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치를 정책공약집에 내놓지 않아 제2금융권은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사들은 역마진을 감수하지 않기 때문에 최고금리가 인하될 경우 15% 이상 고금리 차주가 대출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는 '컷 오프' 현상이 우려된다"고 우려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표면적으로는 서민 지원을 위한 조치지만, 실제로는 저신용자들의 금융 접근성을 오히려 낮추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정책의 선의가 되레 제도권 금융에서 서민을 소외시키고, 불법 사금융으로 내모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했지만, 결과적으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이 늘어났다. 

    수익성이 악화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저신용자들이 심사에서 대거 탈락하게 되는 '컷 오프'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제도권 대출을 받지 못한 서민들은 결국 불법 사금융으로 손을 뻗었다. 문재인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춘 지 약 4년 만에 불법 사금융 피해자가 1만5000명을 넘어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 파장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불법 사금융 관련 피해(우려) 신고는 1만5397건으로 전년 1만3751건 대비 12% 늘었다. 

    통상적으로 저축은행의 경우 이용자들의 신용점수가 600점 이하나 다중채무자들이 많은데, 이들에겐 법정 최고금리 20%에도 돈을 빌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