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총액 1조2659억원 … 2위와 격차 약 3배총 9개사 상장 주관 … 대어 LG씨엔에스 주효명인제약·대한조선 등 대형 딜 다수 수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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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증권이 올해 상반기 국내 IPO(기업공개) 시장 주관 실적 경쟁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명인제약·대한조선 등 몸값이 조 단위로 평가되는 대어(大漁)급 기업들도 상장 절차를 본격화한 만큼 KB증권의 ECM(주식자본시장) 부문 1위 자리는 하반기까지 유지될 전망이다.

    19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 채널 KIND(카인드)에 따르면 올해 KB증권의 공모총액은 이날 기준 1조26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전체 증권사 중 1위로 2위인 미래에셋증권(3467억원)과는 3배 이상의 격차를 벌렸다.

    공모 기업 수는 총 6곳이다. 지난 2월 3일 반도체 PR(포토레지스트) 소재 기업 삼양엔씨켐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데 이어 ▲LG CNS(LG씨엔에스) ▲아이에스티이 ▲동국생명과학 ▲심플랫폼 ▲우양에이치씨(스팩 합병) 등을 주관했다.

    앞서 KB증권은 지난해에도 연간 IPO 주관 실적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포스코DX ▲우진엔텍 ▲제일엠앤에스 ▲카티스 ▲민테크 ▲HD현대마린솔루션 ▲와이제이링크 ▲탑런토탈솔루션 ▲엠엔씨솔루션 등 총 9곳을 국내 증시에 상장시켰다. 당시 공모총액은 1조812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이미 해당 규모를 넘어섰다.

    올해는 지난 2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한 LG씨엔에스가 IPO 실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LG씨엔에스는 기업가치만 6조원에 달하는 대형 딜로 공모 규모는 총 1조1994억원에 달했다. KB증권은 지난 2022년 5월 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과 함께 대표 주관사에 선정됐다.

    올해 상반기 LG씨엔에스와 함께 대어급 공모주로 기대를 모았던 공작기계 제조사 DN솔루션즈와 롯데그룹 물류기업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상장 계획을 전격 철회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양사 모두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낮은 참여율로 부진한 수요예측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문에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증권 등이 IPO 실적을 쌓지 못했다.

    또한 KB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새내기주들의 주가도 대체로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 LG씨엔에스는 지난 18일 기준 공모가(6만1900원)보다 29.40% 폭등했으며 ▲심플랫폼(15.60%) ▲삼양엔씨켐(12.78%) ▲동국생명과학(1.89%) 등도 현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 반면 우양에이치씨와 아이에스티이는 각각 18.08%, 15.88% 하락했다.

    KB증권은 명인제약, 대한조선 등 대형 공모주를 비롯해 다수의 중소형 IPO도 수임해둔 상황이다. 현재 거래소로부터 ▲그래피 ▲아이티켐 ▲우양에이치씨(스팩 합병) ▲뉴키즈온(스팩 합병) 등 4곳은 상장 승인을 받았으며 ▲세나테크놀로지 ▲삼양홀딩스(재상장) ▲이노테크 ▲명인제약 ▲삼진푸드(스팩 합병) ▲대한조선 등 6곳은 상장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 밖에 미코세라믹스, 채비 등도 KB증권과 IPO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다만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NH투자증권 등 경쟁사들도 SK엔무브, 한화에너지, 더핑크퐁컴퍼니 등 굵직한 IPO 딜을 따낸 만큼 하반기 주관 실적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단 공모주 시장의 전망은 맑다. 최근 신정부 출범으로 국내 증시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됐으며 로봇·바이오 등 시장 관심이 높은 섹터 내 기업들이 잇달아 출현하면서다. 또 기업가치에 대한 보수적 접근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IPO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7월부터는 ▲기관투자자들의 의무 보유 확대 ▲수요예측 참여 자격의 합리화 ▲주관사의 역할·책임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IPO 제도개선이 시행되는데, 개선된 제도가 충분히 자리 잡기 전까지는 다소 소극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며 “상장 직후 유통 물량에 대한 부담도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IPO가 기업의 성장을 지원한 투자자들이 정당한 성과를 거두고 다른 성장 기업에 마중물을 제공하기 위한 과정임은 분명하지만, IPO 시장을 둘러싼 환경들은 얼마든지 빠르게 변할 수 있어 투자-회수-재투자라는 선순환 구조는 경색된 국면에서 충분한 합의와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며 “일반 투자자들은 공모 청약에 직접 참여하는 형태가 아닌 변동성이 큰 국면에서의 후속 투자에 조금 더 신중을 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