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 갈등 불붙인 논쟁 … 의약계 전선 확산리도카인 판결 났지만 '폭풍전야'피부미용실 등 만연한 일반약 활용 … 의료인인데 전문약 제한 등 도마
  • ▲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은 의과영역 침탈시도라고 주장한 대한의사협회 한방특별위원회. ⓒ연합뉴스
    ▲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은 의과영역 침탈시도라고 주장한 대한의사협회 한방특별위원회. ⓒ연합뉴스
    리도카인을 사용한 한의사 사건이 대법원 유죄 확정으로 일단락되진 않을 전망이다. 한의사의 사용권 주장, 의사의 반발과 약사의 권한 등 의료 직역의 권한이 맞물려 리도카인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 대법원 확정 판결로 한의사 리도카인 사건 종결? 

    최근 사건은 한의사 A씨가 지난 2021년 전문의약품인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을 봉침액과 혼합해 87명의 환자에게 주사한 혐의로 기소되며 시작됐다. 1·2심 모두 의료법상 한의사 면허범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결국 대법원 상고를 자진 포기했고 형이 최종 확정됐다.

    법원은 "의료법과 약사법의 규정을 보면 한의사와 의사의 면허는 의료행위와 의약품 사용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며 "의사와 한의사는 각각의 영역을 벗어난 의약품 사용을 해서는 안 된다. 한의사가 리도카인을 사용하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판결 직후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약품 무자격 사용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정부는 한의기관의 의약품 사용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일부 한의사들이 소송을 통해 의과영역 침범을 정당화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 역시 대법원 판결이 불리하게 예상되자 스스로 상고를 취하한 것은 면허 외 의료행위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약사들도 목소리를 냈다. 대한약사회는 "이번 판결은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법적 권한이 없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한약제제가 아닌 의약품의 한의사·한약사 취급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한약사회는 "전문의약품 사용 한정일 뿐 일반의약품 취급과 무관하다"며 약사회의 직역 독점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한약사회는 국회·행정부 해석상 한약사의 일반약 취급은 명확히 인정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 한의사 사용권 주장의 논리는  

    현재 리도카인은 함량에 따라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일반약은 피부미용실, 문신샵 등 비의료인도 널리 사용하지만 전문약은 의료인이라도 면허 범위를 벗어나 사용 시 의료법 위반으로 간주된다. 

    한의사들은 이 같은 기준이 직역 간 형평성 문제를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한의협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리도카인과 관련 하나의 사례일 뿐이며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통증 완화를 돕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통증 경감 목적 리도카인 사용은 의료 윤리 차원에서도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의료인인 미용업소, 문신샵 등에서도 일반 리도카인 크림이 널리 쓰이고 있는 현실과 형평성을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의협 내부에서도 이번 확정판결을 불리한 선례로 인정하면서 리도카인 활용을 놓고 추가 법적 다툼을 준비 중이다.

    보건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이 단발성 사안에 그치지 않고 의료인 면허범위 및 의약품 사용 권한 논쟁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