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PRA 승인 … 골칫거리 수율 잡았나뒤쳐졌던 D램 미세공정기술력 회복 신호HBM4 등 고부가제품 고객사 퀄테스트 남아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10나노급 6세대(1c) D램에서 첫 수율을 확보한지 8개월 만에 내부 PRA(Production Readiness Approval) 승인을 통과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중요한 퍼즐을 풀었다.

    대량 양산이 가능하다는 내부 검증을 마치며 1c에서 진일보한 것은 맞지만 HBM과 같은 응용제품에서 고객사 퀄테스트(품질검증)를 통과하는 것이 관건이란 평이 나온다.

    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오후 1c D램 대량 양산을 위한 내부 기준인 PRA를 완료했다.

    PRA는 실제 대량 생산에 나서기 전에 내부적으로 양산이 가능한지를 검증하는 기준들을 종합해 평가하고 양산 승인을 내는 단계다. 대량 양산에 나설 정도로 설계나 품질이 제대로 나왔는지를 검증하는 동시에 이를 대량 양산했을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수율이 나오는지, 이에 따라 수익성이 나오는지가 중요한 평가 대상이 된다. 더불어 실제 양산이 가능한 설비와 인력, 공정 준비 상태 등도 PRA 단계에서 확인받는다.

    삼성은 지난해 1c D램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뒤 같은해 10월엔 최초로 양품을 생산하는데 성공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이전 세대 대비 다이 면적이 큰 1c D램의 특성 상 대량 양산이 가능한 수율을 확보하는 동시에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테스트하면서 완성에 속도를 냈다.

    삼성이 최선단 D램 공정인 1c에서 이 같은 기준들을 모두 충족해 PRA 승인을 내리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삼성의 D램 기술력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 더구나 1c D램은 최근 D램 시장 대세로 떠오른 HBM의 베이스다이가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삼성이 내놓을 차세대 HBM의 성능과 품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이 6세대 HBM인 'HBM4'부터는 1c D램을 베이스다이로 활용하는만큼 1c D램의 안정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5세대 HBM인 'HBM3E'에서는 경쟁사들이 모두 1c D램 이전세대인 1b(10나노 5세대) 제품을 베이스다이로 활용했지만 삼성만 그보다 한 세대 이전 기술인 1a(10나노 4세대)를 적용해 격차가 벌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다. 삼성으로선 1c D램 경쟁력이 곧 HBM4 기술력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1c 개발에 더 절치부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부 PRA 승인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일침도 나온다. 내부적으로 양산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이를 공급받는 고객사를 확보하는 일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에서 양산을 시작한 1c D램을 원하는 고객사를 찾아 그들이 주문하는 품질과 성능을 인정받는 퀄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최종 공급 계약이 성사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HBM3E에서도 내부 PRA를 거쳐 대량 양산을 시작했음에도 이후 1년 가까이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 공급망에 입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해 퀄테스트를 진행한지는 거의 1년 전이지만 중간에 여러 조율 과정을 거치면서 아직까지도 최종 통과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대신 최근 AMD의 AI 가속기(MI350 시리즈 등)에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브로드컴과도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퀄테스트를 했고 이를 조만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 선제적으로 양산을 시작한 HBM3E 제품들의 공급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HBM3E로 엔비디아 공급망에 입성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은 내부적으로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를 3분기 내엔 마치자는 각오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