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업체, 2017년 이후 8년 만 견적 셧다운D램 평균 재고 3.3주 … 6개월 연속 가격 상승AI·고부가 수요 겹치며 유례없는 고수익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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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과 미국의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PC와 노트북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모듈 업체들이 잇따라 새로운 가격 제시를 멈추고 있다. 완제품 주문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재고가 소진되고 공급이 빠듯해진 데 따른 조치다. 업계는 이번 흐름을 2017~2018년 ‘메모리 슈퍼사이클’ 이후 7년 만에 찾아오는 호황의 전조로 보고 있다.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세계 2위 메모리 모듈 제조사인 에이데이타(ADATA)와 대만 팀그룹(TeamGroup)은 최근 거래 견적을 일시 중단했다. 이들이 거래 견적을 중단한 것은 2017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유럽과 미국의 연말 프라이데이 쇼핑 시즌을 앞두고 완제품 제조사들의 주문이 몰리자 모듈 재고가 빠르게 줄었고, 공급 불균형이 심화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견적 중단은 추가 가격 인상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면서 “예상보다 빠른 수요 회복이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모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만든 D램 칩 여러 개를 인쇄회로기판(PCB)에 조립해 하나의 제품으로 만든 것이다. 주로 PC·노트북·서버 등에 쓰이며, 소비자용 메모리 가격을 가장 빨리 반영하는 시장이다. 모듈 업체들의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건 단순히 유통망의 재고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완제품 제조사들의 주문이 실제로 늘고 있고 D램 칩 수요가 전체 공급망으로 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메모리 모듈 업체가 재고를 다 소진할 정도로 공급이 전반적으로 빠듯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D램 제조사들의 평균 재고는 3.3주로 집계됐다. 2017~2018년 슈퍼사이클 당시 3~4주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현재가 그때보다 재고가 더 빠듯한 상황이다. 공급이 줄자 가격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0.53% 오른 6.3달러로,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에 6달러선을 넘어섰다. 지난 4월 22.22%오른 후 6개월 연속 상승세다. 트렌드포스는 D램 평균 가격이 3분기 8~13% 올랐고, 4분기에도 3~8%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을 2017~2018년 ‘슈퍼사이클’에 버금가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 확산으로 고성능 D램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제조사들이 HBM과 DDR5 등 고부가 제품에 생산을 집중하면서 범용 PC용·모바일용 D램 공급이 줄어든 점이 업황 회복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심각한 공급 부족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무라증권도 최근 리서치를 통해 “D램 영업이익률이 내년에는 2017년 슈퍼사이클 당시의 70% 수준에 이를 수 있다”며 “메모리 업계가 역사상 유례없는 고수익 시대로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범용 D램의 영업이익률은 30%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인해 갈수록 이익률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 흐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칩 제조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메모리 모듈 가격이 오르면 D램 공급가격 인상 여지도 커지고, 수익성 개선 폭도 함께 커진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40%를 넘어섰으며, 메모리 업황 개선에 따라 하반기에도 35~45% 수준의 고수익 구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역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확대되면서 D램 사업의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흐름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완제품 제조사들의 성수기 주문이 마무리되면 단기적인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럼에도 업계 전반에서는 이번 재고 급감이 단순한 계절적 요인보다 구조적인 수요 회복 신호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고 있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모듈 재고가 줄고 가격 제시가 중단된 것은 시장이 근본적으로 빠듯해졌다는 의미”라며 “삼성과 하이닉스 모두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등 메모리 업계가 다시 한번 초호황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