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매출 급감에도 공사 "임대료 인하 불가" 고수조정기일 내달로 잡혀 … "조정 성립될 가능성 낮을 듯"태국·싱가포르 등 글로벌 공항은 유연한 임대료 정책으로 차별화
  • ▲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뉴데일리DB
    ▲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뉴데일리DB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와 면세업계가 임대료 인하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객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임대료 부담 완화를 요구했으나 공사는 이를 거부하며 법정 다툼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이번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한 임대료 조정신청 기일에서 양측은 서로의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법원은 양측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다음 조정기일을 8월14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조정이 성립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사는 조정기일 전 법원에 조정안 수용 불가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공사는 차임감액 요건 미충족, 타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조정 거부 사유로 들었다.

    공사 관계자는 "임대료 인하는 고려하고 있지 않고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다음 조정기일에도 불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사는 제1·2여객터미널 내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에 대해 임대료 40% 인하를 요구하며 차임감액청구권을 행사했다.

    이들은 "고환율, 중국 관광객 감소 등 외부 요인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한 상황에서 임대료 부담이 과도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신라면세점은 697억원, 신세계면세점은 3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고정 금액에서 여객 수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변경됐으나 여객 회복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수요 감소와 개별 여행객 위주 소비 확산 등으로 매출이 크게 줄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은 2019년 24조8600억원에서 지난해 14조2200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용객 수도 같은 기간 4800만명에서 2800만명으로 줄었다.

    특히 글로벌 공항들은 면세점 경영 환경 악화에 탄력적이게 운영하는 것과 대조된다는 점이다. 태국 공항공사(AOT)는 최근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를 꾸려 입점 업체 킹파워면세점(KPD)과 임대료 재협상을 검토 중이다. KPD는 입국장 면세점 폐쇄, 와인 세금 인하, 상업 공간 축소 등 복합적 요인으로 경영난에 직면해 계약 종료 또는 추가 감면을 요구하고 있다. AOT는 외부 컨설팅을 거쳐 60일 내 대응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창이공항도 임대계약 갱신 시 기존보다 낮은 조건으로 재계약을 체결했다. 홍콩국제공항은 매출 부진 시 임대료 인하가 가능하도록 계약에 유연성을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업황 부진과 여객 회복 지연으로 임대료 부담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며 "공사가 사실상 협상의 문을 닫은 셈이라 소송 외에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공항들이 경영난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과 달리 인천공항은 협상 창구를 사실상 닫았다"면서 "이번 갈등이 빠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업계 전체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