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발행 종목 중 96개·1447억원 손실 위기테슬라 주가, 200달러대로 … 고점 대비 39%↓“머스크 정치 행보, 테슬라 주가에 단기적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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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갈등의 여파로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자 관련 ELS들도 잇달아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 1344개 중 낙인(knock-in) 베리어 구간에 진입한 종목은 4개로 집계됐다. 이들 종목의 발행 규모인 약 103억원에 달하는 원금손실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통상 3년을 만기로 설정하는 ELS 특성을 고려해 발행 기간을 3년으로 늘리면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한 전체 종목은 2733개, 낙인 베리어 구간 진입 종목은 96개로 늘어난다. 전체 3.5%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1446억7371만원의 투자금이 손실 위기에 놓였다.또한 테슬라, 엔비디아 등 해외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들은 손실구간이 최초 기준가의 70~100%로 설정되는 경우도 많아 이에 해당하는 종목들과 이미 손실을 확정한 채로 상환한 종목까지 포함하면 손실 규모는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실제 신영증권은 최근 ‘신영증권플랜업ELS 12251호’의 원금손실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이 종목은 기초자산의 만기 평가 가격이 최초 기준가의 100% 미만일 때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만기 상환 평가일이었던 지난 2일 테슬라의 주가는 315.65달러로 최초 기준가(394.74달러)를 밑돌았다.하나증권의 제16125회 ELS도 원금손실이 났다. 지난해 12월 30일 발행 당시 기초자산인 테슬라의 최초 기준가는 417.41달러였지만, 지난달 30일 만기 평가 때 주가는 317.66달러로 수익 조건인 80%(333.92달러)를 넘지 못했다.ELS는 발행 이후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 상환 기준을 충족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한다. 만약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연장된다. 다만, 최종 만기 전까지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정해진 수준 아래로 주가가 하락하면 가격 하락률만큼 ELS 전체 원금에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앞서 테슬라는 지난해 말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머스크 CEO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급등세를 보였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18일 488.54달러까지 치솟으며 고점을 경신했고 올해 초 머스크 CEO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지내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하지만, 머스크 CEO의 지나친 정치적 행보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DOGE의 주된 작업이 대부분 끝나 5월부터는 테슬라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지만, 지난 5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항할 ‘아메리카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다시 주저앉았다.간밤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전장(293.94달러)보다 1.32% 오른 297.8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약 2주 전인 지난 23일(348.68달러) 대비 14.59% 급락한 수준이며 지난해 말 기록한 고점보다는 39.04%나 빠졌다.ELS는 특정 기초자산이 낙인 구간에 돌입했다고 무조건 손실이 발생하진 않는다. 기초자산 가격이 상환 전까지 배리어를 충족하면 투자 원금이 보장된다. 다만, 증권가에서 테슬라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테슬라의 올해 2분기 전기차 판매량과 생산량은 각각 38만4000대, 41만대로 시장 전망치를 소폭 밑돌았지만, 최근 낮아진 기대치보다는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이지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사업의 회복이 향후 실적의 핵심 관건”이라며 “신차 출시 시점과 해당 모델이 기존 라인업 대비 가격·기능 측면에서 얼마나 차별화돼 수요를 견인할 수 있는지 여부가 향후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머스크 CEO의 정치 행보는 여전히 테슬라 투자자들의 불안 요인이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머스크가 정치에 더 깊이 관여하고 워싱턴 정계(Beltway)의 기득권층에 맞서려는 행보는 테슬라에게 중요한 시기인 현시점에 주주와 투자자들이 원하는 방향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라며 “그가 트럼프 행정부와 DOGE에서 물러났을 때 테슬라의 주주들과 주요 지지자들은 ‘머스크’라는 가장 큰 자산을 되찾았다는 안도감을 느꼈지만,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고 이번 창당 발표로 인해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고 지적했다.이어 “트럼프와 공화당이 머스크를 적으로 간주할 경우 테슬라 주가는 단기적으로 압박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자율주행과 AI(인공지능) 혁명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갈등이 2026년 중간선거에 가까워지며 격화될 경우 트럼프는 향후 수년간 머스크, 테슬라, 스페이스X에게 더 많은 장애물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