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연대, 대통령실에 '주주가치 훼손' 탄원서KG네트웍스 - KG제로인 합병 후 2세 최대주주 등극신사업 투자 발표→철회 주가 폭등락… 수상한 정황410억 규모 EB 발행, 자사주 소각 회피 '꼼수' 지적투자자 분노에 기름… 자본시장 선진화 첫 타깃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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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G그룹이 편법 승계와 시세 조종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소액주주들은 KG그룹 계열사가 불공정 거래와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대통령실과 금융당국에 탄원서를 제출,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재명 정부는 소액주주 권리 강화와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번 KG그룹 사태가 정책 집행의 첫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이 자본시장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KG그룹의 6개 계열사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소액주주연대는 이달 2일 대통령실과 금융당국에 “KG그룹 계열사들의 불공정 거래로 주주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소액주주연대는 소수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해 결성됐으며 KG케미칼, KG에코솔루션, KG모빌리티 등 KG그룹 6개사의 주주로 구성됐다.

    이들은 KG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신사업 투자 및 철회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한다. 특히 KG그룹이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해 2세 곽정현 사장에 경영권을 편법승계했고, 신사업 투자계획 발표 및 철회를 반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강도 높은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탄원서로 KG그룹이 이재명 정부의 주주권 강화 정책의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소액주주 권리 보호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지배구조 투명성을 제고하고,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법 개정안 통과에 이어 집중투표제 도입,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소액주주 친화적인 방안들이 논의 중이다.

    논란의 시작은 2017년 KG네트웍스가 지배구조 정점에 있던 KG제로인을 흡수합병한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G제로인은 곽재선 회장의 아들인 곽정현 사장이 지분 38.84%를 보유해 최대주주였다. 이를 KG네트웍스가 흡수합병했고, 합병법인의 지분율은 곽 사장(34.81%), 곽 회장(15.4%), 이데일리(10.7%) 등으로 정리됐다.

    KG그룹은 합병 이유에 대해 “사업 다각화와 경영 효율성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소액주주연대는 곽 사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사실상 편법 승계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실제 단 한번의 합병으로 그룹 지배구조가 세습된 셈으로, 이 사건은 KG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공론화하며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증폭시킨 계기가 됐다.

    KG그룹 계열사가 잇따라 신사업을 발표했다가 철회, 이 과정에서 주가가 급등락한 점도 시세조종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KG에코솔루션은 2023년 주총에서 ‘이차전지 소재 제조 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지만, 이후 사업은 진척을 내지 못했다. 1만원 가량이던 KG에코솔루션 주가는 신사업 발표 이후 2만8000원까지 폭등했다가 사업 지연으로 다시 급락했다.

    KG스틸은 또 2023년 10월 야심차게 추진했던 배터리팩 사업을 2024년 8월 돌연 철회했다. 배터리팩 사업은 KG그룹이 700억원을 들여 생산설비를 구축키로 하는 등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지만, 채 1년도 안 돼 철회돼 투자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KG스틸 주가는 신사업 발표 당시 9000원대에서 투자 철회 발표 이후 5500원대까지 떨어졌다.

    소액주주연대는 이들 과정에서 KG그룹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운 뒤 지분을 매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 신사업 발표 이후 사업 철회나 사업 지연으로 주가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투자자 신뢰도 바닥에 떨어진 모습으로, KG그룹이 이를 계획적으로 시세조종에 활용했다고 의심 중이다.

    지난달 KG에코솔루션의 410억원 규모 교환사채(EB) 발행은 들끓는 소액주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정부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통해 기업의 자사주 활용을 엄격히 관리하려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KG에코솔루션은 자사주를 활용해 대규모 EB를 발행한 것으로, 정부의 주주보호 정책을 회피하려는 꼼수이자 위법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에선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연대가 KG그룹에 제기하는 의혹이 한둘이 아닌 데다, 이번 사채 발행 역시 정부의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KG그룹에 대한 규제 당국의 조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G그룹의 반복된 논란은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KG그룹은 2022년 쌍용자동차 인수 과정에서도 불공정 경쟁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했던 쌍방울그룹 광림컨소시엄은 법원이 KG그룹과 사모펀드 파빌리온PE의 컨소시엄을 인수예정자로 선정하자, ‘입찰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결국 KG그룹의 손을 들어줬고, 결국 쌍용차는 KG그룹에 품에 안겼다.

    소액주주연대는 그룹 대표 계열사인 KG케미칼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게 해 곽정현 사내이사 해임에 관한 안건을 다룰 계획이며, 해당 주총 개최를 관철하고자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액트 토론방에선 대통령실과 금융감독원에 보내는 탄원서에 대한 전자서명이 독려되고 있다.

    KG그룹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일부 계열사에서 추진했던 이차전지 소재, 배터리팩 등 신사업은 초기 검토 당시 시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시작됐으나, 이후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전략적으로 조정한 사안”이라며 “그동안 모든 경영활동을 법과 원칙에 따라 수행해왔으며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투명한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