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를 여성인권 유린 기억·성찰하는 장소로 재구성'존엄의 공간, 삶을 설계하다' 주제로 39명의 졸업작품 선봬류한국 교수 "삶의 사각지대 재조명·사회적 약자 배려하는 주제의식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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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상작 박수진 학생의 '기억의 지층을 걷다'.ⓒ삼육대
삼육대학교는 건축학과가 지난 8~14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마루아트센터 그랜드관에서 제25회 졸업전시회 '존엄의 공간, 삶을 설계하다'를 열었다고 17일 밝혔다.이번 전시는 '인권건축'이라는 학과 고유의 대주제를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권리를 건축적으로 실현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담았다. 39명의 학생이 각자의 문제의식과 공간적 해석을 녹여낸 작품을 출품했다.디엔비건축사사무소 김형준 사장과 노현 소장이 심사를 맡아 대상을 비롯해 총 7개의 우수작을 선정했다.대상은 박수진 학생의 '기억의 지층을 걷다'가 차지했다. 국가 주도의 여성 인권 유린 장소로 남아 있는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를 기억의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해당 시설은 1973년 설치돼 1996년까지 운영된 이른바 '낙검자(성병 검사 탈락자) 여성 강제 수용소'로, 최근 철거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이번 작품은 성병관리소의 보존과 미군기지촌 피해자 인권기억관 설계를 통해 여성 인권유린의 역사를 공간적으로 기록하고, 그 집단적 트라우마를 건축적으로 잘 드러냈다는 평가다. 단순한 전시를 넘어 방문자가 신체적·감정적 경험을 통해 사회적 책임과 공동체적 성찰에 이르는 구조적 기억의 플랫폼을 지향한다. 박수진 학생은 "집단기억, 트라우마, 치유, 사회적 연대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과거의 상처를 되새기며 인권과 책임의 메시지를 전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
- ▲ 최우수상작 김민준 학생의 'RE; 메커니즘 트랜지스터(RE; Mechanism Transistor)'.ⓒ삼육대
최우수상은 김민준 학생의 'RE; 메커니즘 트랜지스터(RE; Mechanism Transistor)'가 선정됐다. 재개발 정체로 슬럼화가 가속하는 영등포역 일대에 대한 대안적 해법을 제시했다. 폐자재 재활용 공장, 모듈러 생산 라인, 물류허브, 문화 공간을 한데 묶은 다층형 복합 플랫폼을 제안했다. '수거→재생→조립→재배치'의 공정이 한 공간에서 순환되는 구조로, 가까운 미래 수도권의 재건축·철거 현장에서 모듈러 허브의 역할을 할 수 있게 계획했다. -
또 다른 최우수상작인 차원빈 학생의 '공간의 틈, 일상의 흐름'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복판에 요양원을 제안했다. 도시와 돌봄이 만나는 새로운 구조로, 탈시설화와 사회적 연결성 회복이라는 시대적 화두에 주목했다. 성수동의 유연한 골격은 이런 변화에 적합한 장소성을 지녔다. 포켓처럼 남겨진 여백과 틈처럼 생긴 골목을 중심으로 퍼지는 흐름은 요양원이 고립이 아닌 연결의 구조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다.
- ▲ 최우수상작 차원빈 학생의 '공간의 틈, 일상의 흐름'.ⓒ삼육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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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육대 건축학과 제25회 졸업전시회 오프닝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삼육대
이밖에 △신동준의 '뉴 멀티컬처럴 코어(NMC: New Multicultural Core)' △이아연의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 △이지원의 '메멘토 아버(Memento Arbor)' △허은서의 '도시의 공백에서 여백으로' 등은 우수상을 받았다.류한국 학과장은 "학생들이 작품을 통해 던진 질문은 건축이 단순한 공간 조성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며 "삶의 사각지대를 재조명하고 도시 속 소외된 공간을 전환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와 포용의 건축을 고민한 주제의식과 창의적 해결방안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한편 이번 졸업전시회는 대한건축사협회와 정림건축, 희림건축, 간삼건축, 디엔비건축, 범건축, 인선건축, PAG건축사사무소 등 국내 유수의 건축사무소들이 후원했다. -
- ▲ 삼육대학교 전경. 우측 하단은 제해종 총장.ⓒ삼육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