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관세 협상 타결 직후 미묘한 신경전日 "5500억달러 투자는 대출이나 보증금액 한도"美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에 투자될지 지시할 것"美, 韓에 '2+2 협상' 취소 통보 … 韓은 당혹감협상 전략 전면 재검토 불가피 … 시장 개방하고 투자액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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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부 장관과 관세협상 타결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사진=산업부 제공) ⓒ뉴시스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유예 시한인 8월 1일까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한미 관세 협상 여건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미국이 일본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발표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관세를 다시 25%로 올릴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양국이 투자펀드와 쌀 등 세부 합의 사항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면서다.일본의 협상 타결 조건을 중요한 참고자료로 삼을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서는 협상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선물을 더 많이 가져와야 만나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내비치면서 한미 관세 협상은 더욱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과 합의한 5500억달러(약 759조원) 투자금에 대해 일본 측은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에 대한 일본 정부계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대출이나 보증금액 한도"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반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 투자금이 "대출이나 신용보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미국 기업에 대한 직접 출자도 포함된다고 강조하며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또한 5500억달러는 전액 신규 투자로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에 투자될지 지시할 것"이라고 밝혀 트럼프 행정부가 펀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고도 주장했다.쌀 수입 합의에서도 양측 간 입장차이가 드러났다. 백악관은 "일본이 즉시 조달량을 75%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증가폭에 대해 "앞으로 검토할 사안"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 장관은 24일 미국산 옥수수, 대두, 비료 구매가 합의 내용에 포함돼 있다면서도 "(합의 내용에) 국내 농업을 희생시키는 것은 일절 들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그러자 베선트 장관은 일본과의 무역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당초 설정된 25%관세율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우리는 (일본과의 합의를) 분기별로 평가할 것이며 대통령이 만족하지 않으면 자동차와 나머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25%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러면서 "자동차의 경우 25%의 관세에서는 일본 경제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최종 합의까지 작업이 지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량으로 세율이 다시 인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에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워싱턴DC에서 미 측 고위 인사와 접촉하며 막판 관세 협상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산업부는 25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이 24일(현지시간) 오전 11시 30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났다고 밝혔다. 양 측은 한미 제조업 협력 강화 방안을 포함해 관세협상 타결방안을 논의했다.김 장관은 조선·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제조업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 강화방안을 소개하고, 이를 감안해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및 상호관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하게 요청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김 장관은 "우리 기업들이 경쟁국 대비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이번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8월 1일 전까지 국익 극대화 관점에서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앞서 러트닉 장관은 김 장관을 만나기 전 CNBC와 인터뷰에서 "한국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매우 매우 협상을 타결하고 싶어 하고, 한국이 일본 합의를 읽을 때 한국의 입에서 욕설(expletives)이 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며 "한국과 일본은 서로 경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러니 한국이 일본의 협상 타결을 봤을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상상할 수 있다"며 "한국은 아마 '아, 어쩌지' 그랬을 테고, 물론 한국은 오늘 내 사무실에 와서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서 미국 측은 전날 25일로 예정된 한미 재무·통상수장 간 '2+2 관세 협상' 취소를 통보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을 이유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이 때문에 이날 미국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구윤철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대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지난 20일 미국을 방문했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마코 루비오 미 국가안보보좌관 겸 국무장관을 만나지 못하고 이날 귀국했다. 위 실장은 21일 루비오 보좌관을 만나러 백악관을 찾았지만 루비오는 트럼프 대통령과 회의가 길어진다며 나타나지 않았다.이를 두고 우리 측이 일본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킬만한 수준의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분야에서 입장 차이가 드러나긴 했지만, 일본은 이번 관세 협상에서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쌀 등 농산물 시장 개방을 약속했고,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로 인해 일본은 지난 4월 부과된 25%의 상호관세를 15%로 10%포인트 낮췄다. 특히 핵심 산업인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25%의 품목 관세를 15%(기존 관세 2.5% 포함)로 낮추는데 합의했다.반면 한국은 25일 '2+2 협상'에서 국내 기업들과 1000억달러(137조원) 이상의 현지 투자 계획을 트럼프 행정부에 제안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규모가 일본의 5분의 1수준이다. 이와 함께 미국산 쌀 수입 확대,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허용 등은 협상 카드로 쓰지 않기로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일본이 너무 큰 규모의 투자와 시장 개방을 약속하면서 한국으로서는 협상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를 낮추기 위해선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을 만족시킬수 있는 확실한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