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통상 리스크, 한국 제조업 심장부 강타삼성전자 영업익 반토막… 예상보다 25% 낮아현대차, 관세 비용만 8천억… 영업이익 16%↓통상 협상 지연 여파… 구조적 취약성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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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현대차그룹
한국을 대표하는 제조업 ‘투톱’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2025년 2분기 동시에 흔들렸다. 미국의 고율 관세와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두 기업 모두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반도체와 자동차라는 우리 산업의 양대 축이 동시 타격을 입은 형국으로, 한국 경제 전반으로 충격파가 번지고 있다.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지난해 동기 10조4400억원에서 55.9% 급감한 수치로, 증권가 컨센서스(6조2000억원) 대비로도 25% 이상 낮았다. 매출은 74조원 안팎으로 전년과 비슷했으나, 이익폭이 크게 축소해 수익성이 악화했다.업계는 삼성의 실적 부진을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분석한다. 첫째,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출 제한으로 이어져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출하에 차질을 빚었다. 둘째, D램·낸드 가격 회복 지연으로 재고평가손실이 이어졌다. 셋째, 파운드리 수요 둔화와 공정 투자비 증가로 수익성 압박이 심화했다.특히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규제와 관세 강화가 삼성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에 변수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 증설에 나섰지만, 장비 조달과 원가 부담이 예상보다 커졌다는 분석이다.삼성전자·현대차 나란히 '실적 쇼크'… 미국 통상정책 변화에 '휘청'현대자동차도 같은 시기 미국 관세 정책의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차의 2분기 매출은 48조286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조6016억원으로 15.8% 줄었다. 순이익도 지난해 4조원대에서 올해 3조2504억원으로 22.1% 감소했다.미국이 4월부터 자동차·부품에 부과한 25% 품목 관세 여파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북미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을 판매 중으로, 미국 시장 의존도가 40%에 달한다. 현대차는 2분기 미국에서 1년 전(23만2000대)보다 10.3% 증가한 25만6000대를 판매했음에도 관세 충격에 이익폭이 줄게 됐다.실제 현대차는 2분기 관세 여파로 줄어든 영업이익이 8280억원(약 6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미국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위해 판매 가격을 동결한 가운데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보다 약 6700억원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이 관세 여파였던 셈이다.현대차의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6.4% 증가한 26만2126대로 집계됐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판매가 각각 7만8802대, 16만88703대로 판매량은 늘었으나, 경쟁 심화에 따른 글로벌 인센티브 및 비용 증가로 이익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
-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부 장관과 관세협상 타결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뉴시스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 증가와 별개로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시장 영향력도 축소됐다. 미국 켈리블루북의 전기차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 내 테슬라 판매량은 14만천535대로 12.6% 줄었고, GM은 4만6280대로 111% 급증했다. 현대차그룹은 전년 대비 42% 줄어든 2만1493대를 팔아 GM에 2위 자리를 내줬다.관세 협상 지연 여파에 기업 '시름'… 통상외교 전략 재점검 필요성↑업계에선 한국 제조업의 구조적 취약성과 통상 정책 리스크가 이번 삼성전자와 현대차 실적 쇼크로 드러났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모두 관세 협상 지연에 따른 대응 수단이 제한된 상태서 비용 증가, 수익성 악화, 공급망 재편 등 피해를 체감 중이기 때문이다.업계 관계자는 “협상 지연은 기업 실적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사업 계획에도 차질을 준다”면서 “미국 의존도가 높은 완성차나 반도체, 가전 등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 주요 산업의 경우 비용 증가, 수출 감소, 투자 계획 중단 등 복합적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통상외교 전략 재점검이 필요하다는데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통상마찰이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민관 협의체를 통한 사전 대응과 장기 로드맵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동시에 기업 내부적으로는 현지화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가 불가피하다. 삼성은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과 비메모리 포트폴리오 강화, 현대차는 북미 현지 부품화율 상향과 전동화 전략 고도화가 요구된다.재계 관계자는 “고용·수출·투자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두 기업의 동반 부진은 한국 경제 전반의 신호등이자 경고음으로 봐야 한다”며 “제조업이 다시 반등 모멘텀을 찾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의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했다.관세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3분기 실적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HBM3E 양산 확대와 AI 서버 수요 반등이 하반기 실적 회복을 좌우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신형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출시 효과와 북미 판매 회복 여부가 변수로 지목된다.삼성전자와 현대차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맞춰 내 생산 확대와 부품 로컬화, 공급망 다변화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한 투자 비용을 감안하면 재무적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단기 실적 방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삼성전자는 베트남·인도·멕시코·브라질 등 10여개국에 생산시설을 분산 운영 중으로, 이들 국가와 미국의 관세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를 예의주시하면서 투자지 선정, 생산기지 이전 등을 판단할 예정으로 미국향 제품 생산을 관세율이 낮은 지역에 몰아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진다.미국 시장 의존도가 40%로 높은 현대차는 조지아 및 앨라배마 공장 확장으로 2030년까지 미국 판매 차량의 약 70%를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단기적으로는 인센티브와 가격 전략, 원가 절감, 부품 변경 등을 통해 생산 효율화를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략적 부품 현지화, 완성차 현지 생산 확대 등을 시나리오별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