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제도 개선안 본격 시행 … 기관 락업 강화 등 골자기업·주관사·기관 부담 가중 … 당분간 관망세 이어질 듯“정상화 국면 … 적응 기간 후 증권신고서 제출할 것”
  • ▲ ⓒ게티이미지뱅크
    ▲ ⓒ게티이미지뱅크
    “지금 나서면 집중 타깃이 될 게 뻔하다.”

    최근 IPO(기업공개) 시장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입니다. 오랜 기간 IPO를 준비하며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 심사를 승인받은 기업들도 증권신고서 제출은 꺼리고 있는 건데요. 이달부터 금융당국의 IPO 관련 제도 개편안이 본격 시행되자 눈치를 보는 모습입니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등은 올해 초 주식시장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한 ‘IPO·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개선안은 ▲기관투자자의 의무 보유 확약 확대 ▲수요예측 참여 자격·방법 합리화 ▲주관사의 역할과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합니다.

    당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개선안을 발표하며 “기업가치 기반 투자 중심으로 변화시켜나가기 위해 기관투자자의 의무 보유 확약을 확대하고 주관사가 적정 공모가 산정과 중·장기 투자자 확보를 위해 노력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달부터 본격 시행된 해당 개선안의 핵심은 전체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중 40% 이상을 의무 보유 확약(락업)하겠다고 동의한 기관에 우선 배정하도록 의무화한 조항입니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주관사(증권사)는 전체 공모 물량의 1%를 6개월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합니다.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주관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진 셈이고 기관 투자자들 역시 락업 참여 시 단기 매각이 불가해 다른 공모주 투자에 제약이 생기게 됐습니다. 신규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들은 공모가를 낮춰 락업 참여 비율을 높일 수 있겠지만, 공모자금이 부족해지거나 주관사의 수수료 수익이 반감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달 들어 신규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는 한 건도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에만 ▲아이티켐(IT-Chem) ▲삼양컴텍 ▲지투지바이오(G2G Bio) ▲대한조선 ▲그래피(Graphy) ▲에스엔시스(S&SYS) ▲에스투더블유(S2W) ▲제이피아이(JPI)헬스케어 ▲한라캐스트 등 9개 기업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던 모습과는 대조되는데요. 올해 1~6월 월별로도 증권신고서가 한 건도 제출되지 않은 달은 없었습니다.

    특히 거래소의 상장 심사가 더욱 깐깐해지고 금융당국의 감독 활동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참여자들의 눈치 보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그간 과열됐던 공모주 시장이 진정되고 정상화 단계로 들어섰단 평가도 나옵니다. 그간 기관투자자들의 ‘묻지 마 수요예측’으로 기업들의 가치가 너무 고평가됐던 데다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하면 보유 주식을 처분해 변동성이 커지는 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이 IPO 관련 제도를 손질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금융위는 지난 2023년 4월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해 IPO 시 주관사가 의무적으로 기관투자자의 주금납입 능력을 확인한 후 공모주를 배정하도록 했습니다. 거래소도 같은해 11월 파두·이노그리드 사태 등 부실 상장 논란이 불거지자 환매청구권(풋백옵션) 등을 활용해 기술특례상장(혁신 기술·사업모델) 기업에 대한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증권선물위원회가 금감원,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함께 IPO 예정 기업에 대한 재무제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새내기주들에 대한 투자심리도 들썩이고 있어 일정 적응 기간이 지나면 기업들의 증권신고서 제출도 재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28일 기준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45개 기업(스팩·코넥스 제외)의 평균 상승률은 56.08%로 나타났으며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는 종목은 34개(75.56%)입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아 운용되는 운용사 또는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공모주 투자에 지속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어 새로운 제도에 따라 15일에서 최대 6개월까지의 의무 보유 확약 등을 하고 투자할 것이며 기존과 같이 상장 직후 매도가 불가해 수요예측 참여시 매수 희망 가격을 매우 보수적으로 써내는 방향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것”이라며 “주관사의 경우에도 의무 보유 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하는 경우 주관사가 공모 물량의 1% 취득한(상한금액 30억원) 후 6개월간 보유해야 하기에 공모가를 확정하는 데 있어 시장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