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내달 보스턴다이내믹스에 1461억원 투자현대차그룹 지분 추산 시 증자 규모 1조1700억 전망시장 예상치 2배 규모 … 그룹 미래 경쟁력에 '사활'분기마다 1000억대 적자 이어져 … 수익 창출은 '과제'
  •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미국의 고율 관세 부담으로 수익성이 크게 하락한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 기술 고도화를 통해 장기전에 나선다. 다음 달 미국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규모 자금을 추가 투자에 힘을 싣는 방식이다.

    다만 해당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여전히 수익 창출은 요원한 상황으로, 당기순손실 규모가 매년 확대되며 적자에서 허덕이는 만큼 하루빨리 수익 창출에 성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다음 달 미국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1억600만 달러(약 1461억 원)를 투자한다.

    이번 투자는 현대차그룹 합작 투자법인 'HMG글로벌'의 유상증자를 통한 간접투자 형태로 진행된다. 투자 목적은 '로보틱스 사업 경쟁력 강화'다.

    HMG글로벌은 현대차그룹이 앞서 지난 2022년 미국 델라웨어에 유한책임회사(LLC) 형태로 세운 투자회사다. 현대차(49.5%), 기아(30.5%), 현대모비스(20%) 등 현대차그룹이 100% 보유하고 있다.

    해당 지분율대로 HMG글로벌이 증자를 진행하면 현대모비스 외에도 현대차가 2억6235만 달러(약 3619억 원), 기아는 1억6165만 달러(약 2230억 원) 등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 5억3000만 달러(약 7310억 원)가 현대차그룹에서 투입되는 셈이다.

    HMG글로벌의 증자금은 로보틱스 사업 강화를 위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투입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자금이 HMG글로벌을 거쳐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투입되는 방식이다.
  • ▲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제작한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 ⓒ현대차
    ▲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제작한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 ⓒ현대차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주주는 ▲HMG글로벌 54.7%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1.9% ▲현대글로비스 10.9% ▲소프트뱅크 12.5% 등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증자를 추진하게 되면 지분 구조상 다른 주주의 추가 투자도 이뤄질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앞서 지난 2021년 현대차그룹이 신사업으로 낙점한 로봇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인수한 미국 로봇회사다. 당시 정의선 회장이 개인재산 약 2400억 원을 통해 직접 지분을 확보하면서 이목을 끈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로 올해에만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총 8억4800만 달러(약 1조1700억 원)가 투입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 투자액(3억4400만 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증권가에선 이번 증자를 이미 예상해왔다. 다만 증자 규모는 당초 시장 예상치의 2배를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하나증권은 앞서 지난 6월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올해 2분기 중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이라면서도 "지난 3년과 같은 패턴이면 4000억~5000억 원 수준의 증자금을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이 부담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유상증자를 통해 로보틱스 부문을 강화, 최근처럼 자동차 판매 환경을 둘러싼 대내외 악재가 수익성의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현대차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15.8% 하락했다. 기아차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4.1% 급감했다. 각각 미국 관세로 약 8282억 원, 786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두 회사의 손실을 합치면 1조6142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경우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유상증자도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재무 및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4405억 원에 달한다. 올해도 1분기 순손실은 1197억 원으로, 분기마다 약 1000억 원 수준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 개선이 당면 과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재 4족보행 로봇 '스팟'과 물류 자동화 로봇 '스트레치'를 상용화해 그룹사와 글로벌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이르면 연내 현대차그룹 생산공장에 실증 목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로보틱스 투입에 따른 원가 경쟁력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라며 "다음 달 예정된 추가 지분투자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성장 전략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