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제 개편안 확정에 개인투자자 공분 확산개인투자자, 금투세 파동 떠올리며 여당에 항의"코스피 5000시대 역행" … 여권서도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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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강화하고,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당초 예상보다 후퇴시킨 세제 개편안을 공개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개미들은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파동을 떠올리며 여당 의원들을 향해 항의 문자 공세에 나섰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여권을 향한 집단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획재정위원들과 당 지도부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문자 항의에 나섰다. 모 의원에게 항의 문자를 보내고 받은 답변을 공유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개미 투자자들이 여당을 향해 성토의 목소리를 높이는 건 지난 31일 기획재정부에서 최종 확정된 세제 개편안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주식 양도소득세 등에서 대규모 증세를 추진하는 올해 세제 개편안을 최종 확정했다.

    비판을 받는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 강화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후퇴. 

    개편안에 따르면 대주주 양도세 기준은 종목당 50억원 이상에서 종목당 10억원 이상으로 다시 강화됐다. 이는 윤석열 정부 당시의 완화분을 그대로 복구하는 조치다.

    고배당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에 대해 과세표준 2000만원 이하는 14%,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35%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시장이 예상했던 25%대보다 높다. 

    통상 4분기 중반부터 대주주 양도세 회피성 물량이 출회되면서 시장 급락으로 이어져 애꿎은 개인 투자자들은 연말마다 주가 폭락 공포에 떨었는데, 이를 되돌림한다는 비난이 나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핵심 정책으로 거론됐던 배당소득 분리과세 역시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금투세 논란을 떠올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폐지되긴 했지만 당시 다수당인 민주당 내 의원들 간 입장차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시장이 흔들렸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에 기대감을 품었던 개인투자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여권을 향해 문자 항의 등 집단 행동에 나선 것도 이때문이다. 

    투자자연합회 한 개인 투자자는 "세수 확보를 위해 새로운 과세 정책 발굴이나 과거 잘못된 것을 고치진 않고 과거의 것을 따르기만 하고 있다"면서 "대주주 양도세는 주식 투자자들에겐 계엄령과도 같다"고 비판했다. 

    특히나 대주주 기준 강화를 공공연히 주장해온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에 대한 비토가 높다. 

    진 의장은 "윤석열 정권이 주식 시장을 활성화한다면서 대주주 요건을 50억원으로 높였지만 '큰손' 9000명 세금을 깎아줬을 뿐 주식시장은 침체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면서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10억원 보유로 다시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진성준 의원을 향해  "주식 투자도 해보지 않고 주식 관련 세제를 논할 자격이 있느냐"면서 "실물경제를 무시하고 이념만 중시하는 정치인은 퇴출시켜야 한다"고 성토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주식시장 침체를 불러오고 부동산을 다시 상승시킬 세제 개편을 즉각 멈춰야 한다"면서 "새 정부의 코스피 5000시대 관련 정책과 최근 상법개정 효과로 이제 막 치고 올라가는 장세에 얼음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와 국정기획위원회가 있는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양도세 10억원 하향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 청원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전자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 청원은 지난 1일 오후 4시 기준 동의자 수가 2만6000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31일 청원을 올린 게시자는 "양도세는 연말만 버티면 되는 세금인데, 10억 기준이면 연말마다 회피 물량이 쏟아진다"며 "미국 주식은 가만히 놔둬도 우상향하는데, 어느 바보가 국장을 하겠냐"고 성토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하듯 증시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세제 개편안이 확정 발표된 이튿날인 지난 1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각각 3.88%, 4.03% 급락 마감했다. 새 정부 들어서 가장 큰 낙폭이다. 3300대를 향해가던 코스피는 하루 만에 3100대를 위협받고 있다. 

    다만 최종안 도출을 위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번 세제 개편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이언주 의원은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 강화에 대해선 "확정된 건 아니지만 신중할 것을 주문한다"며 "개인적으로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게 과연 대주주 기준이 맞는지, 증시 부양과 부동산에 잠겨 있는 자본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이재명 정부 정책 기조와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