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코스피·코스닥 3%대 급락 마감 … 환율도 1400원 돌파대주주 양도세 기준강화·배당 분리과세 후퇴 담긴 세제 개편안 발표 영향"증시 활성화 기대 만큼 실망감 커" … 금투세 파동 재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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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에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후퇴 등 당초 시장의 기대와는 거꾸로 가는 정책 행보에 환율은 급등하고, 3300대를 향해 가던 코스피에 급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정부·여당이 '부자 감세 복구'를 명목으로 내세운 개편안을 놓고 코스피 5000 시대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이란 비판이 거세다.

    ◆코스피·코스닥 급락 마감 … 환율도 1400원 돌파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6.03포인트(3.88%) 급락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35.12포인트(1.08%) 내린 3210.32로 출발해 낙폭을 키웠다. 

    코스닥도 급락세를 보였다. 같은 시각 기준 코스닥은 32.45포인트(4.03%) 내린 772.79에 마감했다.

    이날 증시 하락을 이끄는 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에서 각각 6565억원, 1조71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은 1108억원어치, 기관은 1410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50%, 5.67% 급락한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5.72%), HD현대중공업(-2.85%), 두산에너빌리티(-6.40%) 등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대형 주도주들의 낙폭이 깊었다. 

    새 정부 들어 그간 정책 기대감에 올랐던 지주사와 증권주도 직격탄을 맞았다. LG(-5.18%), 효성(-4.02%), 롯데지주(-4.62%), CJ(-5.86%), 두산(-3.99%), SK스퀘어(-5.59%), 부국증권(-5.29%), SK증권(-5.65%), 대신증권(-7.44%), 삼성증권(-5.51%), 키움증권(-6.96%), 미래에셋증권(-6.13%) 등은 급락했다.

    다만 이날 상장한 대한조선은 장 초반 공모가(5만원) 대비 84.80% 상승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함께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이뤄지면서 이날 환율도 급등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0원 오른 1395.0원으로 출발한 뒤 1401.4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1400원대 환율은 지난 5월 14일(1430.2원)이 마지막이다.

    ◆"시장 뒤통수에 실망감도 두 배 … 금투세 피로감 재현될까 우려"

    금융시장이 이토록 흔들리는 건 한·미 관세 협상 여파는 물론 전날 장 마감 이후 정부가 확정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증시 활성화에 역행하는 것으로 풀이되면서 투심이 위축된 영향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전날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주식 양도소득세 등에서 대규모 증세를 추진하는 올해 세제 개편안을 최종 확정했다.

    비판을 받는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 강화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후퇴. 

    개편안에 따르면 대주주 양도세 기준은 종목당 50억원 이상에서 종목당 10억원 이상으로 다시 강화됐다. 이는 윤석열 정부 당시의 완화분을 그대로 복구하는 조치다.

    고배당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에 대해 과세표준 2000만원 이하는 14%,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35%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시장이 예상했던 25%대보다 높다. 

    통상 4분기 중반부터 대주주 양도세 회피성 물량이 출회로 애꿎은 개인 투자자들은 연말마다 주가 폭락 공포에 떨었는데, 이를 되돌림한다는 비난이 나온다. 또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핵심 정책으로 거론됐던 배당소득 분리과세 역시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파동을 떠올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폐지되긴 했지만 당시 다수당인 민주당 내 의원들 간 입장차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시장이 흔들렸다.

    최근 주식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다. 미국과의 관세 리스크가 상존하는 가운데 세제 개편 방침이 알려진 이후 3200대 안팎의 등락을 지속하면서 좀처럼 상승 모멘텀을 받지 못했다가, 확정 발표 다음날인 이날 주식시장은 결국 급락했다. 양 시장 모두 3%대 하락은 새 정부 들어서 가장 깊은 낙폭이다.

    특히나 그간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시장의 실망감과 충격은 더욱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증권사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입됐던 고객들이나 투자를 확대했던 고객들의 동요가 상당하다"면서 "그동안 부동산 등 보수적인 투자를 하다가 증시가 상당히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주식시장에 들어왔던 투자자들에겐 정부가 양치기 소년처럼 되는 꼴이라 시장의 파장이 더 큰 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PB는 "'국장은 불안하다'고 했다가 최근 들어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고객들의 혼란도 적지 않다"면서 "정책 논의 과정에서 수정반영을 기대하고 있지만 금투세 논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그 사이에 얼마나 더 피로감이 생길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