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과징금 산정기준 '수수료 → 판매금액'으로 확대국민은행 최대 4조 과징금 물수도…5대 은행 8조 전망은행권 “99% 자율배상 마쳤다…일괄처벌은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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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에 대한 과징금 산정 기준을 ‘판매금액’으로 확정하면서 국내 주요 은행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대 8조 원에 달할 수 있는 사상 초유의 과징금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사의 자율성과 영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과징금 산정 기준을 ‘수수료’가 아닌 ‘판매금액(투자원금)’으로 해석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체 판매액이 약 16조원에 달하는 홍콩 H지수 ELS에 대해 최대 8조원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KB국민은행은 약 8조원가량의 ELS를 판매해 최대 4조원의 과징금을 물게 될 수 있다. 그 외 주요 은행별 판매액은 △신한은행 2조4000억원 △NH농협은행 2조2000억원 △하나은행 2조원 △우리은행 400억원 등이다. 

    은행권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과 합의를 진행했으며, 고위험 상품 손실 사태마다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투자자 책임 원칙에 반하고, 금융사의 자율성과 정상적 영업행위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역시 감경의 여지는 남겨놓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은 ‘피해 배상 정도’에 따라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으며, 부당이익의 10배를 초과하는 과징금은 감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은행권은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 배상을 통해 피해자의 99% 이상과 합의를 완료한 상태다. 또 ELS 관련 수수료 수입이 18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 이상 과징금은 감경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도한 과징금은 실제 위법 행위에 비해 비례성을 잃은 조치”라며 “이번 자율 배상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모든 계약을 불완전판매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LS 과징금은 지난해 메리츠자산운용에 이어 금소법 시행 이후 두 번째 대규모 과징금 사례가 될 전망이다. 다만 금감원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최종 제재 수위는 새 원장의 정책 방향에 따라 조정될 여지도 있다는 관측이다.

    또 계약 39만6000건에 달하는 ELS를 일괄 제재할지, 개별 위반 여부를 따질지도 향후 제재심의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건별 판단이 적용될 경우 과징금 총액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은 경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조 단위 과징금이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해 향후 제재심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