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스, 비욘세와 브랜드 헤리티지 재해석한 '리이매진(REIIMAGINE)' 캠페인 펼쳐브랜드 역사 최고의 광고 3편 재해석… 여성을 서사의 중심에 둔 새로운 챕터의 시작 알려비욘세 효과… "비즈니스 성장 이끌고 브랜드가 문화적 힘 갖도록 혁신"TBWA\Chiat\Day LA 대행
  • ▲ 리바이스가 비욘세(Beyoncé)와 함께 한 '리이매진(REIIMAGINE)' 캠페인. ©Levi's
    ▲ 리바이스가 비욘세(Beyoncé)와 함께 한 '리이매진(REIIMAGINE)' 캠페인. ©Levi's
    "데님 위에 데님, 심플한 흰색 티셔츠 하나로 하이패션을 보여줄게(Denim on denim, on denim, on denim. Give you high fashion in a simple white tee)", "오, 네가 나의 리바이스 청바지면 좋겠어(Oh, you wish you were my Levi's jeans)"

    놀랍게도 이 문구는 글로벌 데님브랜드 리바이스®(Levi’s®)의 광고 카피가 아닌, 세계적인 팝스타 비욘세(Beyoncé)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정규 8집이자 커리어 최초의 컨트리 앨범 '카우보이 카터(Cowboy Carter)'의 수록곡 'LEVII'S JEANS' 노래 가사다. 리바이스 브랜드에 'i'를 하나 더 붙였지만, 누가 들어도 리바이스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의 역대 최다 수상자인 비욘세가 자신의 곡에서 대놓고(?) 브랜드 홍보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11일 브랜드브리프는 리바이스와 비욘세의 성공적인 협업 속에 담긴 브랜드 헤리티지와 진정성 있는 장기 파트너십의 힘을 분석했다.
  • 리바이스는 최근 '더 데님 카우보이(The Denim Cowboy)' 광고를 공개했다. 1분 30초 분량의 해당 광고는 비욘세를 모델로 내세운 리바이스 광고 캠페인 '리이매진(REIIMAGINE)' 시리즈 세 편을 묶은 마지막 편으로, 배경음악으로는 비욘세의 'LEVII'S JEANS'이 흐른다.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말을 탄 채 등장한 카우보이 비욘세는 리바이스 브랜드 역사상 최고의 광고로 꼽히는 3편의 광고 'Laundrette(빨래방, 1985년)', 'Refrigerator(냉장고, 1988년)', 'Pool Hall(내기 당구, 1991년)'을 새롭게 재해석한다. (*3편의 광고는 모두 BBH 런던(BBH London)이 대행했으며 'Laundrette' 캠페인은 1986년 칸라이언즈(Cannes Lions) 골드를 수상했다.)
  • 새롭게 재해석된 'Laundrette' 편에서는 셀프 빨래방에 들어간 비욘세가 입고있던 리바이스 청바지를 벗어 세탁기에 넣고 돌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Refrigerator' 편에서는 뜨거운 여름 날 냉장고에 넣어 둔 차가운 데님셔츠를 입는 모습을, 'Pool Hall' 편에서는 입고 있는 청바지를 걸고 내기 당구를 친 뒤 상대편의 청바지를 받아내는 비욘세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담아냈다.

    젊고 잘생긴 남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옛 광고와 달리 이번엔 여성인 비욘세가 주요 인물을 연기했고, 첫 장면에 말을 타고 등장했던 비욘세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며 올해로 172주년을 맞은 리바이스의 새로운 챕터를 예고했다.

    비욘세는 "제 노래 'LEVII'S JEANS'으로 리바이스와 함께 전형적인 아메리칸 아이콘을 만들게 돼 영광"이라며 "데님 스타일링이 종종 남성 중심으로 보였던 만큼, 이번 캠페인을 통해 아이코닉한 여성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저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존중하는 캠페인을 통해 여성들이 삶에서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케니 미첼(Kenny Mitchell) 리바이스 스트라우스 & 코(Levis Strauss & co)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는 "이번 캠페인은 여성을 서사의 중심에 두고 리바이스 역사의 새로운 상징적인 장을 여는 새로운 차원과 규모의 협업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바이스는 항상 더 나은 것을 추구하며 전진하는 사람들의 비공식적인 유니폼이었으며, 그 핵심은 문화를 끊임없이 새롭게 재정의하는 것에 있다"며 "비욘세와의 협업을 통해 팬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고, 여성 비즈니스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이매진' 캠페인은 TBWA\Chiat\Day LA가 대행하고 드 라 레볼루시옹/PRETTYBIRD가 제작했다. 영화감독 멜리나 마츠오카스(Melina Matsoukas)가 연출을 맡고 에미상 수상 촬영감독인 마르셀 레브(Marcel Rev)가 촬영을 맡았다.

    이번 '더 데님 카우보이' 광고를 마지막으로, 약 1년 동안 진행돼 온 리바이스와 비욘세의 '리이매진' 캠페인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 리바이스의 'Call us Levii's' 캠페인. ©Cannes Lions
    ▲ 리바이스의 'Call us Levii's' 캠페인. ©Cannes Lions
    앞서 리바이스는 비욘세의 노래 'LEVII'S JEANS'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해 3월 말, 공식 인스타그램 이름을 'LEVII'S'로 바꾸는 'Call us Levii's(우리를 Levii's로 불러주세요)' 캠페인을 시작하며 비욘세와의 협업을 대대적으로 예고했다.

    리바이스는 비욘세가 'LEVII'S JEANS'를 발표한 그 순간을 성공적으로 포착했다. 상업적인 접근 방식보다는, 비욘세의 열정적인 팬층을 끌어들이고 팬덤과 미디어의 공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핵심 매체로 택했다. 공식 인스타그램 이름을 재빨리 'LEVII'S'로 바꾼 것이다.

    리바이스는 비욘세 앨범 발매 후 리바이스 피드에 공유된 업데이트된 로고, 댓글, 이미지 등을 사내 소셜 팀에서 24시간 이내에 캡처하고 새롭게 가공해 비욘세 팬덤과의 실시간 대화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소셜미디어 내에서 65만 건 이상의 오가닉 소셜 인게이지먼트와 리바이스 계정의 오가닉 노출 수 340만 건 이상을 기록했고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신규 팔로워가 7500명 이상 증가했다. GQ와 빌보드(Billboard), 롤링 스톤(Rolling Stone), 피플(People) 등 주요 매체를 포함해 17억 회 이상의 언론 노출을 기록하며 약 2760만 달러(한화 약 383억원)의 미디어 가치를 창출했다. 

    리바이스가 브랜드명을 'LEVII'S'로 변경한 후 2주 동안 140만 건 이상의 오가닉 검색이 발생했고, 리바이스의 여성복 판매는 전년 대비 43% 증가, 웨스턴웨어(Western Wear, 카우보이 스타일 의상) 판매는 42% 증가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 ▲ 2001년 리바이스의 차별 금지 캠페인에 참여한 데스티니스 차일드. ©인스타그램 캡처
    ▲ 2001년 리바이스의 차별 금지 캠페인에 참여한 데스티니스 차일드. ©인스타그램 캡처
    세계적인 스타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는 브랜드들은 차고 넘치지만, 리바이스와 비욘세의 협업은 단순 광고를 넘어 문화적으로나 브랜드 역사적으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리바이스와 비욘세의 인연은 비욘세가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로 활동하던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데뷔한 데스티니스 차일드는 그 당시 대부분의 흑인 아티스트들이 직면했던 장벽에 부딪혔다. 명품 브랜드나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 흑인 아티스트에게 옷을 제공하는 것을 꺼려했던 것이다. 

    당시 리바이스는 이들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비욘세의 어머니이자 스타일리스트인 티나 놀스(Tina Knowles)와 손잡고 세 멤버를 위한 맞춤 의상을 제작했다. 이 협업은 파트너십으로 이어졌고, 비욘세와 켈리 롤랜드(Kelly Rowland), 미셸 윌리엄스(Michelle Williams)는 리바이스의 '로우 라이즈 진스(Low Rise Jeans)' 캠페인에 출연하게 됐다.

    그 후로도 리바이스는 비욘세와의 강한 유대 관계를 꾸준히 유지했고, 전 세계는 비욘세의 데님 스타일링에 열광했다. 
  •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2018년 코첼라(Coachella) 공연에서 선보인 리바이스 반바지였다. 당시 비욘세가 무대에서 착용한 반바지는 리바이스의 501 스타일 컷오프 데님 쇼츠였다. 이 공연 이후 리바이스 501 컷오프 데님 쇼츠는 '코첼라의 비공식 유니폼'으로 불리며 분기 매출이 50%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 ▲ 리바이스가 비욘세(Beyoncé)와 함께 한 '리이매진(REIIMAGINE)' 캠페인. ©Levi's
    ▲ 리바이스가 비욘세(Beyoncé)와 함께 한 '리이매진(REIIMAGINE)' 캠페인. ©Levi's
    이처럼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리바이스와 비욘세의 파트너십은 이번에도 성공적인 비즈니스 성장을 이끌어냈다. 

    리바이스의 모회사인 리바이스 스트라우스 & 코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5억3000만 달러(한화 약 2조1290억원)를 기록했고 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 같은 기간 유기적(organic) 매출은 9% 증가 것으로 집계됐다. 올 2분기에도 14억 달러(약 1조9481억원) 매출을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6%, 유기적 매출은 9% 증가했다. (*유기적 매출은 인수·합병(M&A)이나 환율 변동, 일회성 요인 등을 제외한 순수한 기존 사업의 실질 매출 성장을 의미한다. 기존 브랜드·기존 매장·기존 채널에서의 '본질적인'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측정한 수치를 뜻함.) 또한 리바이스는 '비욘세' 광고 효과로 여성용 제품 부문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뤘다. 해당 부문은 전체 순매출의 38%를 차지한다.

    미셸 가스(Michelle Gass) 리바이스 스트라우스 & 코 최고경영자(CEO)는 비욘세(Beyoncé)가 올해 성장의 주된 요인 중 하나라고 언급하며 "많은 브랜드가 문화의 중심에 서기를 열망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자리에 확고히 서 있다"며 "우리는 글로벌 마케팅 이니셔티브와 임팩트 있는 실행(activation)을 통해 브랜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리바이스 브랜드가 문화의 중심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4년 9월 '리이매진(Reimagine)' 캠페인 론칭 이후 해당 캠페인은 43억 회 이상의 노출과 6500만 달러(약 904억원) 이상의 '언드 미디어 가치(earned media value, EMV - 기업이나 브랜드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외부에서 생성·공유되는 미디어의 가치를 의미. 광고나 홍보 활동 없이 미디어, 인플루언서, 리뷰, 소셜미디어 언급 등 제3자에 의해 브랜드가 노출되어 발생한 미디어 효과를 수치화한 개념)'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 ▲ 리바이스가 비욘세(Beyoncé)와 함께 한 '리이매진(REIIMAGINE)' 캠페인. ©Levi's
    ▲ 리바이스가 비욘세(Beyoncé)와 함께 한 '리이매진(REIIMAGINE)' 캠페인. ©Levi's
    비욘세가 리바이스와 별도의 계약을 맺고 노래 제목과 가사에 리바이스를 언급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비욘세 효과'가 단순한 스타 마케팅을 넘어, 리바이스가 브랜드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문화의 중심에 자리매김하게 했다는 것이다.

    지난 1853년 탄생해 올해로 172주년을 맞은 리바이스는 '청바지'라는 대표 제품을 넘어, 시대정신과 맞물린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해왔다. 그러나 브랜드 헤리티지만을 강조하면 젊음을 상징하는 청바지 브랜드가 자칫 '올드'하게 느껴질 위험이 있다. 리바이스는 이를 '비욘세'와의 파트너십으로 돌파했다.

    리바이스는 비욘세의 음악·패션·퍼포먼스와 지속 결합해 브랜드의 과거 유산을 미래 세대와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다리로 활용했다. 브랜드와 스타가 한정판 협업이나 단발성 모델 계약에 그치는 상황에서, 리바이스는 장기적이고 진정성 있는 파트너십이 얼마나 큰 비즈니스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미셸 가스 CEO는 리바이스의 문화 마케팅과 관련해 "이는 우리가 '헤리티지 브랜드(heritage brand)'가 아니라, '헤리티지를 지닌 브랜드(brand with heritage)'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말했다.

    리바이스와 비욘세의 파트너십은 브랜드가 시대를 관통하는 문화적 힘을 갖게 하는 혁신적 사례로 회자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