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 5개국 20∼49세 성인 2500명 대상 조사한국 계획 자녀수 1.74명 … 5개국 중 '최하위' 수준절반은 '미래 불확실성' 걸림돌 … "구조 전반 바꿔야"
  • ▲ 지난달 24일 경기도 고양시 CHA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달 24일 경기도 고양시 CHA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가운데 젊은 층이 자녀 출산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요인이 다른 선진국보다 월등히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4일 '결혼과 출산·육아, 인구정책에 대한 인식' 연구 결과를 '보건복지포럼' 8월호에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5개국에 거주하는 20∼49세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작년 6~9월 온라인 설문을 통해 진행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현재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결혼 의향은 한국이 52.9%로 조사 대상 5개국 중 가장 높았으나, 출산 의향은 스웨덴 43.2%, 프랑스 38.8%, 독일 38.6%, 한국 31.2%, 일본 20.3%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출산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 계획하는 자녀 수는 한국이 1.74명으로 독일(2.4명), 스웨덴(2.35명), 프랑스(2.11명), 일본(1.96명) 등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한국은 첫째 출산율은 낮지 않지만, 셋째 이상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낮다"며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이같이 분석했다.

    특히 출산 계획 시 고려하는 요인 중 '미래 불확실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 비율은 한국 50.1%에 달했다. 이는 일본(30.5%), 스웨덴(22.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경제적 부담과 기회 제한 우려도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다'에 전적으로 동의한 비율은 한국 59.9%로 프랑스(35.6%), 일본(35.0%), 스웨덴(25.2%)보다 높았으며, '자신이나 배우자의 일할 기회가 줄어든다'거나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답한 비율도 한국이 가장 높았다.

    아울러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에 대한 인식도 한국이 높았다. '일과 가사, 육아 병행이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한국(57.6%), 일본(55.8%), 프랑스(47.3%), 스웨덴(23.2%)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컸다. '전반적으로 공정한 사회'라는 문항에서 한국은 5점 만점 기준 2.35점에 그치며, 독일·프랑스(약 2.8점)보다 낮았다. 소득 격차나 상위 1% 자산 집중에 대한 동의율도 한국이 더 높았다.

    연구진은 "결혼·출산·육아에 대한 인식은 단순 개인 선택이 아니라 일·가정 양립 여건, 경력 유지 가능성, 제도 실효성 등 사회적 조건과 맞물려 형성되는 구조적 문제"라며 "향후 인구정책은 이러한 점을 반영해 구조 전반의 전환을 동반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