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모양 블록 공중합체 기반 키랄 초분자 공동조립 기술난제였던 적색 포함 청·녹·적색 풀컬러 원편광 구현 성공100일 이상 구조·성능 안정성 유지해 산업 응용 가능성↑최고 권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
  • ▲ 김동하 화학나노과학과 교수.ⓒ이화여대
    ▲ 김동하 화학나노과학과 교수.ⓒ이화여대
    이화여자대학교는 화학·나노과학과 김동하 교수 연구팀이 가시광 전 영역에서 고효율의 원편광을 구현하는 별모양 블록 공중합체 기반 키랄 초분자 공동조립 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존에 구현이 어려웠던 적색 원편광까지 안정적으로 발현시키고, 장기간 초분자 키랄성(왼손과 오른손처럼 물체가 회전이나 이동으로도 거울상과 겹치지 않는 비대칭적 성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차세대 광학 소재로 응용이 기대된다.

    원편광 발광은 빛의 전기장이나 자기장의 진동 방향이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방출되는 현상이다. 3D 디스플레이, 양자광학, 위조 방지, 스핀트로닉스 등 차세대 광전자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존 기술은 구조적 불안정성과 낮은 키랄 전달 효율 등으로 강한 원편광 구현이 어려웠다. 특히 장파장(적색) 영역의 원편광 구현은 기술적으로 큰 난제였다.

    김 교수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키랄 별모양 구조의 양친성 블록 공중합체와 키랄 소분자(R/S-만델산)를 수소결합하고, 열처리를 통해 키랄 공동조립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나노벨트 구조가 나선형 마이크로섬유로 발전하는 계층적 키랄 조립체를 형성했다. 나선의 방향성(handedness)은 사용된 만델산의 광학이성질체에 의해 결정됐다.
  • ▲ 계층적 키랄 초분자 공동 조립을 통한 풀컬러·고효율 원편광 활성 소재 제작 모식도.ⓒ이화여대
    ▲ 계층적 키랄 초분자 공동 조립을 통한 풀컬러·고효율 원편광 활성 소재 제작 모식도.ⓒ이화여대
    연구팀이 제작한 초분자 조립체는 기존보다 훨씬 강한 키랄 광학 특성을 보였다. 기계적 성능도 향상했다. 또한 상온에서 100일 이상 키랄 광학 특성과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했다. 반복적인 가열·냉각 순환 후에도 성능 저하 없이 우수한 안정성을 보였다.

    더불어 연구팀은 다양한 비키랄 발광체(친수성·소수성 염료, 응집 유도 소광·응집 유도 발광 형광체,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를 키랄 공동조립에 적용해 청·녹·적색의 총천연색 원편광을 구현했다. 발광 효율과 발광 수명을 많이 향상했다. 원편광 발광 효율은 기존 고분자 조립 기술과 비교했을 때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연구팀은 농도와 용매 증발 속도를 조절해 키랄 광학 특성의 방향성을 전환하는 데도 성공했다. 흥미롭게도 저농도·느린 증발 조건에선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나선형 구조가 형성된 반면, 고농도·빠른 증발 조건에선 비평형 상태의 밀집된 막대형 구조가 형성돼 키랄 광학 특성이 반대로 바뀌었다. 이런 열역학적·동역학적 안정 구조의 형성 메커니즘은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으로 규명됐다.

    김 교수는 "이번 기술은 범용성과 확장성이 뛰어나 키랄광학소자, 스핀트로닉스, 정보암호화, 바이오이미징 등 다양한 분야에 차세대 광학 소재로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논문 '강하고 전환 가능한 키랄 광학 특성을 지닌 계층적 키랄 초분자 조립체'는 세계 3대 과학저널 중 하나인 '사이언스(Science)'에 지난 14일 게재됐다. 싱가포르 국립대 즈췬린 초빙 석좌교수, 중국 지린대 종위안려 교수, 미국 미시간대 니콜라스 코토브 교수, 중국 칭화대 전중양 교수 등 나노소재·에너지 분야 세계적 석학들이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자율운영중점연구소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 이화여자대학교 전경. 우측 하단은 이향숙 총장.ⓒ이화여대
    ▲ 이화여자대학교 전경. 우측 하단은 이향숙 총장.ⓒ이화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