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법안 제정 예고, 은행·빅테크 발행 준비 본격화예금 잠식·상환 러시 우려…CBDC와 충돌 불가피혁신·경쟁 논의는 뜨겁지만, 금융안정 설계는 뒷전상환 메커니즘·준비금 공시·통화정책 세이프가드 보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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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권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10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 제정이 예고된 가운데, 제도권 진입이 가시화되는 셈이다. 하지만 법안 내용과 제도적 장치가 미비해 '은행 독점 논란'과 '금융안정 리스크'가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4대 은행, 발행 준비 본격화… 한은도 사실상 찬성 기류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은 최근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사업자 서클(Circle)과 접촉하고 기술 검증(POC)도 추진하는 등 발행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은행권은 “기축통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밀리지 않으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조속히 제도권 안에서 정착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는 발행 구조 설계와 블록체인 네트워크 연동 방안, 지급결제 인프라 연결 등 실무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발언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우선 은행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사실상 은행 주도의 발행 구조에 힘을 실었다. 금융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은행에 우선권을 주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핀테크와 빅테크의 시장 진입 기회가 차단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이다.여당을 중심으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제도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안전판' 없이 '속도전' 택한 韓… CBDC와의 충돌 불가피국제적으로는 규제 기조가 한층 구체적이다. 미국 의회는 '지니어스법안(GENIUS법안)'을 통해 ▲100% 현금성 자산 준비금 ▲즉시 상환 의무 ▲연방 감독기관의 직접 감독을 법제화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암호자산시장 규제법(MiCA)'을 내년부터 본격 시행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자본 요건·투명성·감시 체계를 엄격히 부과한다.반면 한국은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제한하는 큰 틀 외에, 구체적 상환 절차나 위기 대응 시뮬레이션은 부재하다. 제도화 속도에 비해 '안전판 설계'는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한국은행이 병행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의 충돌도 예상된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을 '민간 부문 결제 혁신'으로, CBDC는 '공적 화폐 인프라'로 구분하고 있다. 두 자산이 동시에 출시될 경우 소비자와 기업이 어디로 자금을 옮길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금융권 관계자는 "CBDC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나란히 존재하면 지급결제 질서가 이중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두 제도가 보완적 관계로 설계되지 않는다면 금융시장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금 이탈·상환 러시 발생하나… 제도 공백 우려전문가들은 은행 발행에 따른 '예금 이탈'과 '상환 러시' 가능성을 경계한다. 대규모 환매 사태가 발생할 경우 뱅크런 못지않은 충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니어스법으로 ▲100% 고유동성 준비금 ▲즉시 상환 의무 ▲연방 감독기관 감독을 세부적으로 규정한 것과 달리, 한국은 준비금 원칙만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이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을 국채·예금·현금성 자산 등 즉시 현금화 가능한 자산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반 투자자가 발행사에 직접 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중앙은행이나 공적 기구의 유동성 지원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은행 독점 구조와 안전판 부재, CBDC와의 충돌 우려가 맞물린 만큼, 당국과 국회가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경고한다.예금보험연구소는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이탈을 막기 위해 차익거래를 유도하면, 동시에 대규모 상환 위험이 커지는 한계가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