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진출을 위한 발판 VS 승계 및 증여 염두 … 엇갈린 해석IPO 자금으로 발안2공장·신약 임상 등에 1500억 투입 계획지분 96% 오너 일가 … 상장 후에도 74%로 지배력 확고
  • ▲ 명인제약 본사. ⓒ명인제약
    ▲ 명인제약 본사. ⓒ명인제약
    제약업계에서 드물게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하는 중견제약사 명인제약이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고 나섰다. 명인제약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공장 신설과 연구개발(R&D) 투자 재원 확보를 이유로 내세우지만,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의 승계 및 증여 목적이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지난 21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시장 상장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명인제약은 이번 상장에서 340만주를 공모할 계획이다.

    명인제약은 '이가탄', '메이킨Q' 등으로 알려진 회사로 1985년 4월 설립됐다. 국내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분야 최대 규모의 전문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200여 종의 치료제를 확보하고 있는데 31종은 단독 의약품이다.

    제네릭(복제약) 중심의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 연속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하는 등 독보적인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694억원, 영업이익은 92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424억원, 영업이익은 46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2.9%를 나타냈다. 이는 국내 제약사의 평균 영업이익률 1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재무구조도 탄탄하다. 현금성 자산 477억원, 단기금융상품 2300억원 등을 포함해 기업이 필요할 때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인 당좌자산은 3392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8.9%에 불과하며 차입금 의존도는 최근 7년간 0%를 기록해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최대주주는 창업주인 이행명 회장으로, 상장 전 기준 지분 66.3%를 보유하고 있다. 배우자(4.0%), 자녀 2명(각 10.4%, 10.1%), 명인다문화장학재단(4.5%) 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은 96.2%에 달한다. 상장 후에도 오너 일가 및 재단 지분은 73.8%를 유지해 경영권에는 변함이 없다. 신규 상장에서 발행되는 340만주(23.3%)로 인해 희석은 발생하지만 여전히 절대적 지배력을 확보하는 구조다.

    이처럼 재무 기반이 견고한 명인제약이 왜 IPO를 택했는지를 두고 시장은 의문을 제기한다. 

    정치권에서도 날선 반응이 나왔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상장사는 주가로만 평가를 하다 보니 비상장사가 증여세를 낮추려고 상장을 한 뒤에 주가를 억누른다"며 "이런 걸 바로 잡으면 주가 상승에도 도움이 되고 진짜 재벌들한테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자금은 전액 시설 및 R&D에 투입될 예정이다. 발안2공장 고형제동 증축(1035억원), 팔탄1공장 주사제 무균시설 보강(50억원), 신약 에베나마이드 글로벌 임상 비용(350억원), 펠렛 기술이전 비용(50억원) 등이다. 회사 측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공격적 투자와 신성장 기반 확보가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현재 매출 구조는 여전히 내수에 편중돼 있다. 지난해 매출 2694억원 중 수출은 11억원에 불과해 비중이 0.4%에 그쳤고 올해 상반기 역시 0.3%대에 머물렀다. 

    명인제약 관계자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하려 한다"며 "글로벌 빅파마는 이 회사가 얼마나 공신력 있는지를 상장 여부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신뢰도 제고 차원에서도 상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자녀는 모두 회사에서 일하지 않고 있다"며 "승계 목적이면 상장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명인제약의 IPO를 두고 공격적 투자와 글로벌 확장을 위한 성장의 발판인지, 승계와 증여를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인지 해석이 엇갈린다. 상장 이후 공모 자금 집행과 대주주 지분 변동이 향후 논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