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은행권 첫 상견례…이재명 정부 기조 따라 공적 역할 압박 전망'괴물 아니다' 자평에도 경계감 여전… '이복현 시즌2' 악몽 되풀이될까'상생·소비자 보호' 압박 예고 속 업계 신뢰 확보가 관건
  • ▲ 이찬진 금감위원장. ⓒ연합뉴스
    ▲ 이찬진 금감위원장. ⓒ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취임 이후 금융권과의 첫 공식 소통 자리를 갖는다. 형식상 상견례 성격이지만, 업계는 벌써부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금융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은행권의 영업 관행과 내부통제 문제를 겨냥한 메시지가 나올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앞서 이 원장은 스스로를 두고 "괴물이 왔다고 하겠지만 과격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는 과거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변호한 바 있고, 2019년에는 이 대통령에게 5억원을 빌려준 이력이 있다. 금융 경력이 한 줄도 없지만 정치권과의 강한 인연으로 '실세 금감원장'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이 원장이 첫 간담회 무대를 은행권으로 고르면서 업계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은행권은 최근 고금리 국면 속 이자놀이 비판, 잇따른 금융사고, 내부통제 부실 논란 등으로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 역시 '과도한 이익 추구'를 겨냥하며 은행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취임사에서 소비자 보호 강화,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지원 확대, 모험자본 공급 펀드 조성 등을 강조했다. 이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5대 은행 LTV 담합 의혹, 금융사 교육세 인상, 가계부채 관리, 소상공인 금융지원 등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이 원장의 과거 삼성과의 관계도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그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강하게 비판했으며, 2021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가석방을 규탄하는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금감원이 삼성생명 회계처리 문제를 이유로 시민단체를 포함한 간담회를 급작스럽게 개최한 것도 이 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업계에서는 전임자인 이복현 전 원장보다 더 강한 '군기반장'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복현 전 원장은 취임 직후 은행장들을 불러 대출금리 인하를 직접 압박하며 긴장 국면을 조성했으나, 실질적 성과보다는 '관치 논란'만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투자자들 역시 그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가 K-금융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