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파나소닉, 전문가 평가서 경쟁력 입증"정밀 화질·사운드 강점" … 왕의 귀환 예고中 TCL·하이센스, 가격·MiniLED로 추격 삼성·LG, '밝기' 강조 … '샌드위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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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니의 '브라비아 8 II' 제품 이미지.ⓒ소니
압도적 지위를 누려온 한국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샌드위치 위기에 놓였다. 중국은 저가 공세로, 일본은 정밀성과 음향을 앞세워 다시 프리미엄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일본은 과거 세계 TV 시장을 장악했으나 액정표시장치(LCD) 전환기에 한국과 중국에 밀려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OLED TV 시장에서 다시금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2025 TV Shootout’서 일본 소니의 OLED TV 브라비아 8 II(모델명 K65XR80M2)가 ‘King of TV’로 선정됐다.TV Shootout은 매년 출시된 프리미엄 TV를 한자리에 모아 동일 조건에서 화질·사운드·영상 처리 등을 평가하는 행사다. 미국의 오디오·비디오 전문 리테일러 밸류 일렉트로닉스가 2004년부터 개최해온 전통의 무대이자, 할리우드 색보정 전문가와 영상 평론가들이 심사에 참여해 업계에서 ‘비공식 TV 월드컵’으로 불린다.소니의 브라비아 8 II는 표준 다이내믹 레인지(SDR)와 하이 다이내믹 레인지(HDR) 부문 모두에서 고른 점수를 받았다. 색 정확성, 명암비, 영상 처리 능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3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미국 IT 매체 톰스가이드는 “소니가 대비·색상·영상 프로세싱 등 주요 항목에서 일관되게 우수한 성능을 보여 최종적으로 종합 평균 1위를 차지했다”고 평가했다.소니가 3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독주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올해는 파나소닉도 처음으로 종합 3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파나소닉의 Z95B는 HDR 부문 1위를 차지했고, 테크닉스 음향 튜닝을 거친 내장 사운드와 전문가용 색정확성으로 차별화된 평가를 받았다.반면 삼성전자의 S95F는 2위, LG전자의 G5는 4위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소니·파나소닉이 영상 정밀성과 음향으로 시장을 이끌었는데, 그 강점이 OLED 시대에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삼성·LG는 지난 10여년간 ‘밝기’를 OLED TV의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워왔다. 삼성은 올해 S95F 출시 당시 글레어 프리 기술과 함께 약 30% 밝기 향상을 강조했고, LG전자도 G5가 2000니트 이상의 HDR 밝기를 갖췄다고 홍보했다.밝은 거실·매장 환경에서 선명한 화면을 구현해 소비자의 체감 화질을 극대화하는 전략이었다. 실제로 일반 소비자에게는 ‘밝고 선명하다’는 인상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 이 전략은 삼성과 LG가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의 1·2위를 지켜온 배경이기도 하다.그러나 최근 OLED TV 시장의 무게 중심은 바뀌고 있다. MiniLED TV가 수천 개 백라이트와 로컬 디밍을 활용해 3000~5000니트의 초고휘도를 구현하면서 ‘밝기 경쟁’은 사실상 MiniLED 진영이 주도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OLED는 구조적으로 밝기를 과도하게 높일 경우 열 발생과 수명 단축 문제가 있어 한계가 있다. 즉, OLED TV는 밝기보다는 정밀 화질, 색 정확도, 사운드 품질 등에서 차별화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지닌 영역이다.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29%)에 이어 TCL이 20%, 하이센스가 12%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들은 MiniLED·QLED를 앞세워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OLED TV 비중은 아직 낮지만, 옴디아는 중국 프리미엄 TV 시장 내 OLED 채택률이 지난해 47%에서 올해 78%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OLED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 중국산 OLED TV 생산이 본격화할 경우 한국 기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한국 TV업계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LCD TV 시장이 이미 중국에 넘어간 상황에서 OLED TV 에서도 일본의 기술력·중국의 가격 경쟁에 협공을 받고 있어서다. LG전자는 TV 사업부의 부진으로 2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삼성 역시 QLED·QD-OLED 투트랙 전략으로 1위를 지키고 있으나 밝기 차별화의 우위가 희석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삼성·LG가 기존의 전략으로는 프리미엄 TV 시장의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면서 “기술력 우위를 가져가면서도 중저가 프리미엄 라인업 확대, 서비스·콘텐츠 연계 등 전략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