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의미 놓고 판매액·수수료 간 격차자율배상 1.3조 집행에 "이중제재" 반발법조계 "판매액은 무리 … 실효성 보완 필요"
  • 홍콩 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제재를 둘러싼 과징금 산정기준을 놓고 금융당국의 막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위반행위에 대해 “해당 계약으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다. 쟁점은 ‘수입’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다. 이를 전체 판매금액으로 볼지, 은행이 실제로 받은 판매수수료로 볼지에 따라 부담 규모가 조(兆) 단위에서 수백억원까지 극명하게 갈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홍콩 ELS 판매액은 약 15조7000억원, 같은 기간 판매수수료는 약 1800억원으로 추정된다. 판매금액을 ‘수입’으로 해석하면 법정 상한(50%) 적용 시 최대 약 7~8조원까지 과징금이 불어날 수 있다. 반대로 수수료 기준이면 총액은 수백억원대로 줄어든다. 은행들은 이미 자율배상 약 1조3000억원(90%대 초반)을 집행했다며 “같은 사안에 과징금까지 더하면 이중제재”라고 반발한다.

    국회에서도 법 해석의 명확화를 요구했다. 신장식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의원은 “자동차 판매에서 딜러의 ‘수입’을 차량 가격 전체로 볼지, 딜러 수수료로 볼지와 같은 문제”라며 “판매금액의 절반까지 과징금을 매기는 해석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손실액·판매수수료·자율배상 노력 등을 연동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해석은 수수료 중심에 무게가 실린다. 차상진 변호사는 “조문이 ‘수입’이라고만 돼 있어 판매금액 전체로 보기 어렵다”며 “펀드 판매 보수만 은행 재무제표에 잡히듯 ELS도 ‘판매로 얻은 수입’, 즉 수수료로 일관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판매가 겸해지는 구조라도 유통 경로에 따라 과징금이 수십 배씩 출렁이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다만 수수료만 기준으론 실효성이 약할 수 있어 수수료의 배수 부과나 손실액 연동 같은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반대로 판매금액 기준은 과격해 산업 위축 우려가 크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신중 모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수입의 의미를 어떻게 볼지 계속 보고 판단하겠다”며 명시적 입장을 유보했다. 당국 안팎에선 ‘수입=수수료’ 해석을 기본으로 하되 자율배상 참여율·내부통제 개선 등을 가중·감경 사유로 반영 △이미 배상한 금액은 과징금 산정에서 차감 △일부 손실연동형 도입 등 절충안이 거론된다.

    실무 절차도 변수다. 과징금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금융위원회 의결로 최종 확정된다. 은행별 영업이익·자본영향,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와의 정합성 등을 고려할 때 ‘조 단위’ 결론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있는 반면, 소비자 보호의 상징성을 중시해 일정 수준의 강한 메시지가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의 신호와 시장 안정 사이에서 어떤 산식과 논리로 균형점을 제시하느냐가 쟁점”이라며 “이번 결정은 은행권의 당장 부담을 넘어 향후 복합파생상품 판매·감독의 표준선을 정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