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감독 분리 명분에도 업계 “규제 중복만 키워”정책·감독·집행·소비자보호 4곳 불협화음 예고2002년 카드사태 실패 재현될까… 위기 대응력 의문법 개정 장기화 시 금융 개혁 과제 좌초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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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체제가 17년 만에 막을 내린다. 정부와 여당은 금융정책·감독 권한을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소비자보호원 등 4곳으로 나누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명분은 정책과 감독을 분리해 독립성을 강화하고 소비자 보호 기능을 전문화한다는 것이지만,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감독하는 기관만 늘었을 뿐, 금융사 입장에서는 "규제 부담만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이번 개편은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어내 재정경제부를 신설하고, 금융정책 부문을 이관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돼 금융감독 총괄을 맡고, 금융감독원은 금융사 건전성 감독에 집중한다. 아울러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된다.정부는 "정책과 감독을 분리해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고, 소비자 보호를 전문화한다"는 취지를 설명한다. 하지만 금융권은 "감독하는 시어머니만 늘어난 격"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금감위·금감원·금소원으로 감독 기구가 3곳으로 늘어나면서 규제 중복과 행정 비효율이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실제 과거 사례는 우려를 키운다. 감사원은 2002년 카드 사태 감사 결과에서 "재정경제부·금감위·금감원·규제개혁위 등 4개 기관이 책임을 미루다 위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총체적 실패가 금융위 체제 출범의 배경이 됐는데, 이번 개편이 과거로의 회귀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또한 이번 개편은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을 분리하는 구조다. 과거처럼 한 사람이 두 조직을 겸임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장이 각각 존재하면서 정책·감독·집행·소비자 보호 4곳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 금융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정치 일정도 발목을 잡는다. 개편을 실행하려면 정부조직법뿐 아니라 금융위원회 설치법, 은행법 등 다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야당의 반발까지 감안하면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 금융권은 "조직개편 논쟁에 발목 잡혀 배드뱅크 설립, 코스피 5000 달성 같은 핵심 국정과제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한다.결국 이번 개편은 명분과 달리 현실적 문제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산업은 위기 시 신속한 대응이 가장 중요한데, 감독기관이 늘어나면 지휘체계만 더 복잡해진다"며 "컨트롤타워 부재가 반복되면 정책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