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생산 기반으로 폴란드 시장 공략 강화LIG넥스원, 독일 뮌헨으로… 기술 협력 확대러시아-우크라 전쟁 장기화 속 NATO 수요 증가
  • ▲ K2전차 ⓒ현대로템
    ▲ K2전차 ⓒ현대로템
    국내 방산업계의 유럽 공략이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 올 2분기 말 기준 K-방산 수주잔고가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유럽의 방산 블록화(자국 무기 우선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KAI·현대로템은 안보 위기감이 커진 폴란드에 무게를 두고, LIG넥스원은 독일을 선택해 기술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4월 폴란드 바르샤바에 유럽법인 사무소를 개설했다. 최근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2025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OP)에서는 현지 방산업체 WB그룹과 합작법인(JV) 설립 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앞으로 다연장로켓인 천무 유도탄을 공동으로 생산하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4년 크라프 자주포 120문에 구성품을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부터 K9 자주포 364문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어 천무 다연장로켓 수출까지 이어지며 폴란드는 단숨에 유럽 방산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KAI는 2023년 7월 폴란드 민스크 마조비에츠키 공군기지에 사무소를 설치해 FA-50  전력화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 2022년 9월 체결한 FA-50 경공격기 48대(약 3조원) 공급 계약과 맞물려 기술지원과 정비, 훈련을 현지에서 수행하기 위한 조치다. 

    KAI는 폴란드에서 FA-50 운용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프랑스 툴루즈 인근 지사를 통해 에어버스 중심 항공우주 클러스터와 협력을 확대하며, 향후 추가 도입과 유럽형 훈련기 사업 참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현대로템도 폴란드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23년 5월 바르샤바에 법인 'Hyundai Rotem Europe'을 설립,  2022년 K2 전차 180대(약 5조원) 공급 계약을 맺은데 이어 올 8월 180대 추가 계약(약 9조원)을 체결하며 총 360대 규모의 수출 실적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61대는 글리비체 공장에서 현지 생산이 예정돼 있으며 현대로템은 폴란드형 K2PL 전차 개발과 유지보수 체계 구축까지 이어가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차 시장 확장을 노리고 있다.

    폴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최전선 국가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전력 현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방산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유럽내 입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영공을 침범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즉각 무기를 사용해 이를 격추하기도 했다. 러시아가러-우 전쟁 이후, NATO 회원국 영토를 침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IG넥스원은 다른 방산기업과는 달리 이번달에 독일 뮌헨에 유럽 대표사무소를 개소했다. 독일은 유럽 방산산업의 중심지로, LIG넥스원은 2023년 독일 디엘(Diehl) 디펜스와 IRIS-T 미사일 공동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협력 기반을 닦았다. 

    향후 유도무기, 레이더, 전자전 체계 등 첨단 무기 분야에서 공동개발과 파트너십을 확대해 단순 수출 이상의 기술 협력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폴란드는 실제 무기 수요가 집중돼 현지 생산과 정비 체계가 필수적이고, 독일은 기술·산업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개발 기회가 풍부하다"며 "K-방산은 수요형과 네트워크형 전략을 동시에 갖추면서 매출과 기술 역량을 함께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 ▲ KF-21 ⓒKAI
    ▲ KF-21 ⓒK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