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전기전자·철강株 강세 … 자동차·2차전지 등은 약세외국인, 레버리지 플레이 … ETF 시장서도 쏠림 현상 보여“중소형주 소외, 증시 변동성 키울 것 … 정부 지원 뒷받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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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최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상승 흐름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일부 업종에만 집중되면서 산업별 주가 흐름은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양대 지수인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9월 들어 각각 7.14%, 6.10% 상승했다.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감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영향이다. 특히 코스피는 지난 16일 장중 3452.5까지 치솟으며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다만, 업종별 주가 희비는 엇갈렸다. 같은 기간 한국의 10대 주력 산업 가운데 수익률이 코스피 지수를 웃도는 업종은 반도체, 전기전자, 철강 3개에 그쳤다. 자동차, 2차전지, 조선, 방산, 바이오 등 대부분 업종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KRX 반도체’ 지수는 15.19% 급등하며 전체 34개 KRX 산업지수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도체·전기전자 관련주들이 포함된 ‘KRX 정보기술’ 지수도 13.13% 상승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피 지수 내 전기전자 업종의 수익률은 12.94%, 코스닥에서는 6.42%로 나타났다.

    주요 종목별로는 국내 증시 투톱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2.20%, 23.98%씩 올랐고 ▲테크윙(49.85%) ▲ISC(26.63%) ▲DB하이텍(23.61%) ▲HPSP(12.17%) 등이 두 자릿수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기전자 업종 중에서는 삼성전기(19.69%)를 비롯해 대덕전자(11.23%) ▲LG전자(5.41%) 등이 강세를 보였다.

    또 ‘KRX 철강’ 지수도 9.01% 상승하며 주요 주가지수 대비 높은 수익률을 냈다. 철강주 중 현대제철(15.58%), 동국제강(3.97%), KISCO홀딩스(2.30%), KG스틸(1.31%) 등이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반면 ‘KRX 자동차’ 지수는 2.95% 하락하며 산업지수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미국발(發) 관세 리스크가 불거진 데다 ‘노란봉투법’ 통과에 따른 노사 갈등 확대 우려가 커지면서다.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이 기간 각각 1.82%, 4.54%씩 내렸다.

    국내 2차전지 업종도 힘을 쓰지 못했다. 국내 주요 이차전지 관련주들로 구성된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0.89% 상승하는 데 그치며 양대 지수 수익률을 한참 밑돌았다.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테마형 지수 중에서는 ‘KRX 전기차 Top 15’ 지수(-0.59%)에 이은 하위 2위다.

    주요 이차전지주들의 주가 희비도 엇갈렸다. SKC(9.81%)와 LG화학(5.23%), SK이노베이션(5.35%), 에코프로머티(0.99%), 에코프로비엠(0.41%) 등은 강세였지만, 포스코퓨처엠(-5.52%), 에코프로(-1.68%), 삼성SDI(-1.45%), POSCO홀딩스(-0.70%), LG에너지솔루션(-0.57%) 등은 약세를 나타냈다.

    또한 제약·바이오 업종의 ‘KRX 바이오 TOP 10’ 지수도 2.80% 상승해 양대 지수 수익률엔 못 미쳤다. 석유화학 산업의 ‘KRX 에너지화학(6.59%)’ 지수와 조선·방산 업종의 ‘KRX 300 산업재(6.79%)’ 지수는 코스닥 지수의 수익률은 웃돌았지만, 코스피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즉, 반도체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주력 산업의 주가가 힘을 쓰지 못 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반도체 업종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 2조9178억원, SK하이닉스 2조3908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 상위 1, 2위에 올랐다. 이 밖에 삼성전자우(2570억원), 삼성전기(1410억원), LG전자(809억원) 등도 대거 순매수했다. 반대로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4조7038억원)와 SK하이닉스(-2조3493억원)을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국내 증시의 랠리 기간 동안 외국인들은 지수 전반을 사들인 것이 아니라 매수세가 뚜렷하게 IT 업종에 집중됐는데, 이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며 “결국 이번 외국인 매수는 반도체 레버리지 플레이로 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분간 외국인 수급은 여전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단기 상승 폭이 컸던 만큼 코스피 대형주에서 부각된 매수세가 밸류체인 전반으로 퍼져나가 점차 코스닥 중소형 스타일로 번져 나가는 구간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섹터의 쏠림 현상은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도 두드러졌다. 최근 1개월 동안 378개 국내 주식형 ETF 중 수익률 상위 1~9위는 모두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나타났다. 1위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반도체레버리지’로 41.68%나 폭등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반도체 TOP10레버리지(36.61%)’ ▲TIGER 200IT레버리지(36.13%) ▲현대자산운용 ‘UNICORN SK하이닉스밸류체인액티브(28.60%) 등이 뒤를 이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주식에 투자하는 ETF 시가총액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섰다”며 “ETF는 ▲비용이 싸고 ▲쉽고 ▲빠르게 투자할 수 있는 ‘편리한’ 상품이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로 인해 간혹 시장 ‘쏠림’이 쉽게 만들어지는 경우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대형주들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단기간 급등한 대형주들이 글로벌 뉴스 플로우나 실적에 따라 급락할 경우 지수의 변동성도 크게 높아질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안정성을 키우려면 대형주 의존도를 낮추고 중·소형주에도 자금이 유입돼야 한다”며 “소형주들의 침체가 지속된다면 증시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