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외환보유액 GDP 대비 22% … 일본 31%·대만 74%일본은 美와 무제한 통화스와프 … 韓보다 투자 환경 유리충격 대비 장치 없으면 韓경제 금융위기가 다시 찾아올 우려전문가들 "국가 신뢰도 높이고 원화의 담보 가치도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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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08.26.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3500억달러(48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에 대한 선결 조건으로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강조하면서 이 문제가 한미 관세 협상의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대규모 달러 유출에 따른 외환시장 충격 없이 대미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그러나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비기축통화국이면서 원화 가치 변동성이 커 경제적 신용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 계속 지연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이 대통령은 22일(한국시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의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관련 "(한미간)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달러를 모두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 위기 당시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통화스와프는 두 국가의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를 교환하고, 일정 기간 후 미리 정해놓은 환율에 따라 재교환하는 계약을 말한다. 외화 시장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한다.이 대통령이 한미 관세 협상에서 약속한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이행하기 위해선 양국 간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한 것은 미국의 요구가 한국으로선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이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기준 4162억9000만달러다.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 규모는 전체 외환보유액의 84%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만약 외환보유액의 84%의 달러가 빠져나갈 경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국내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만약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우리나라는 미국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올 수 있기 때문에 외환보유고를 건드리지 않고 빌린 달러로 미국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많은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선뜩 약속하고 후속 협상도 신속하게 마무리 지은 것도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엔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 이를 다시 미국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달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만큼, 외환보유고가 통째로 털릴 위기에 처한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명목 국가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은 22.2%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2307억달러로,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이 30.6%에 달한다.GDP가 7824억달러로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대만은 외환보유액이 5766억달러로, 한국보다 1610억달러 많다. 대만의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은 73.7%에 달한다.문제는 정부가 이런 사정을 적극 강조해도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수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이 무제한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는 스위스, 영국, 일본,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국제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다.반면,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비기축통화국인데다 원화 가치 변동성과 신용리스크를 감수하고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줄 이유가 없다. 다만 미국은 한국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당시 각각 300억,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적이 있다. 당시는 미국 외 국가에서 발생한 유동성 위기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이었다.한미 통화스와프가 '무제한'이 아닌 일정 기간과 규모를 정해둔 방식이라면 관세 협상 실마리를 풀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아울러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면 지금이라도 '돈풀기'를 줄여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국가신용등급을 높여 원화 신뢰를 굳건하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국제 통화를 가진 나라에게는 통화스와프를 맺어주는데, 그 이유는 위기 상황에서 바꿔 쓸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국제 통화가 아닌 원화는 받아도 쓸 데가 없어 미국이 통화스와프를 해 줄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김 교수는 "정부가 재정 지출을 계속 늘리고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내수 침체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이런 확정 재정 기조가 장기화되면 대외 신인도 하락 등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 위해선 국가 신뢰도를 높이고 원화의 가치도 유지돼아 한다"고 강조했다.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원화가 담보 능력을 갖추고 국가 신용등급이 더 높아지면 통화스와프 체결에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 당장 그런 일이 일어나기는 어렵다"며 "미국이 관세 협상에서 동맹 관계나 최근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 다른 정치적인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