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6조 넘게 쓸어담던 外人, '검은 금요일' 7000억 '팔자'트럼프 3500억달러 투자 압박에 멀어진 코스피 3500환율 1410원대로 급등 … 원화 약세에 韓 증시 매력↓
  •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합의와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합의와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달에만 6조원 넘게 쓸어담던 외국인투자자가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과 미 금리인하 기대감 축소 등 악재가 겹치면서 외국인 자금 추가 이탈이 불가피하고, 국내 증시 흐름도 한풀 꺾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이달에만 6조6773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코스피 지수가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던 지난주에는 하루에만 1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국내 주식 시장 흐름을 주도했다. 

    그러나 교착 상태인 한미 관세 협상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데다 미 금리 인하 기대감이 축소되면서 외국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 8월 1일 세제개편안 충격으로 '검은 금요일'을 연출한 이후 또다시 최대 낙폭을 기록한 지난 26일 외국인투자자는 6000억원 가까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이탈을 자극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불'(up front)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관세와 무역 합의 덕분에 한 사례에서는 9500억 달러를 확보하게 됐는데, 이전에는 전혀 지불하지 않던 금액"이라며 "아시다시피 일본에서는 5500억 달러, 한국에서는 3500억 달러를 받는다. 이것은 선불"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무역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선불'이라고 못박으면서 관세 불확실성을 부각시켰다.

    여기에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는 3.8%로 한달 전 잠정치(3.3%)는 물론 시장 예상치(3.3%)조차 크게 웃돌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이에 따라 증권가는 1410원대를 돌파한 원·달러 환율에 주목하고 있다. 원화 가치가 흔들리면 외국인은 환차손을 막기 위해 국내 증시를 떠날 수밖에 없다.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아시아 증시의 매력이 떨어져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긴 추석연휴를 앞두고 불확실성 회피 심리가 강해질 수 있어 다음주까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된 협상'에 대한 의구심과 추가 협상 진전 미진이 원화 약세 주요 원인으로 외국인 주식시장 자금 이탈 야기할 동력이 되고 있다"면서 이는 "다음주(10월 3일)부터 시작되는 장기 연휴 리스크 오프(risk-off·위험회피)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달러 환율은 1412원까지 상승해 약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는 당분간 국내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최근 상승에 따른 국내 증시의 눌림목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지난 26일 발표된 미국 물가지표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면서 불안 심리는 다소 완화됐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6일(현지시간) 8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작년 동월 대비 2.7% 올랐다고 밝혔다. PCE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는 핵심 물가지표다.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지난달과 비교하면 0.3% 오른 수치로 2024년 4월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대비 및 지난달 대비 모두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에 부합해 시장 충격은 제한됐다. 

    하지만 다음달 15일(현지시간)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는 또 다른 변동성을 불어넣을 수 있어 발표 시점까지 혼조세가 거듭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9월 연준(미국 연방준비제도) 금리 인하 단행에도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잔존해 미국 CPI를 확인하는 시점까지 지수의 뚜렷한 방향성 형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