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OECD 대비 8.8%↑ … 정부, 주 4.5일제 로드맵 착수기업은 인건비 부담·생산성 저하 우려 … "정책 피로감 심각"전문가들 "구조개혁 없이 근로시간 단축은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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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9·26 총파업 결단식에서 실질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근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을 꾸려 주4.5일제 도입 논의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저성장 국면에서 생산성 제고에 먼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사정이 참여하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은 주4.5일제와 관련해 3개월 동안 논의한 뒤 세부 추진안을 담은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정부는 2030년까지 한국의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줄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데 여기서 제시된 안을 토대로 연내 관련 입법 작업을 마친다는 구상이다.이러한 배경엔 우리나라 노동 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길다는 점이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 연간 노동 시간은 1859시간으로 OECD 평균 1708시간보다 151시간(8.8%) 많은 게 사실이다.해당 근거를 바탕으로 노동계에선 꾸준히 실질 노동시간 감축을 요구해 왔다. 양대 노총 위원장은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즉시 주 4.5일제 시행이 가능한 곳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최대한 권장하고 독려하는 역할을 해 주셔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당장 억대 연봉을 받는 금융노조가 주 4.5일제 전면 도입을 요구하며 총파업 카드를 들이내밀고 있다. 주 4.5일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정부가 목표로 하는 OECD 평균 수준의 근로시간 단축을 선도하겠다는 명분이다.전문가들은 주 4.5일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조하며, 특히 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추진은 오히려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한국은 저성장·저투자·저고용의 삼중고에 직면해 있으며,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고금리·고환율 등 외부 변수에 이미 큰 부담을 안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강행되면 기업은 동일한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인력을 채용해야 하고, 이는 곧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처럼 인력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보다 여력이 부족해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기 어렵고, 이는 고용 축소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오히려 격차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또 최근 통과된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기업의 경영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주 4.5일제까지 추진되면 경영계는 정책 피로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경영계 관계자는 "상법개정안과 노봉법으로 이미 기업 운영 리스크가 극대화됐는데, 주4.5일제를 비롯한 친노동 정책이 짧은 시간 내 과도하게 쏟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결국 실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생산성 향상과 구조개혁이 병행될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며, 지금처럼 경제 체력이 약한 시점에서 속도 조절 없는 정책 추진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장시간 근로 관행을 바꾸는 정부의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이에 앞서 연장근로의 관리 단위 확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연봉 관리·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도입 등으로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침체와 함께 미국 관세 이슈 등 대내외 리스크가 거대해진 상황에서 주4.5일제를 애써 성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현시점에선 노동생산성이 저조한 우리나라가 경제 기초 체력을 다지도록 구조개혁을 더 앞장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