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환자안전·진료권 침해, 의약분업 파기" 강력 반발약사회 "품절약 시대 환자 접근성·재정 효율 높일 해법"국회 "2026년 내 도입" 속도전…형사처벌 조항도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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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두고 의료계와 약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국회가 '수급불안정 의약품'을 대상으로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는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는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의약분업 파기"라며 반발하고 있고 대한약사회 등 약계는 "품절약 시대에 환자 접근성과 재정 효율성을 높일 공공적 대책"이라고 맞서고 있다. 정치권은 2026년 내 제도 도입을 공언하며 속도전에 나선 상황이다.◆ "의사의 판단권 침해" vs "환자 중심 대안"의료계는 성분명 처방 강제가 환자안전과 진료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같은 성분이라도 제제·흡수율·부형제 성분에 따라 환자 반응이 달라질 수 있는데, 상품명 처방을 배제하면 임상의사가 최적의 약을 선택하는 권한이 침해된다는 것이다.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성분명 처방 강행은 의약분업 파기 선언"이라며 "환자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부작용이나 약효 실패 시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고 조제 단계로 위험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직접 진찰·진단·처방을 수행하며 모든 법적 책임을 지고 있는 의사들의 권한을 빼앗는 성분명 처방 강제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황 회장은 "대체조제가 법적으로 보장된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는 것은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처방권을 침탈하는 것"이라며 "이는 절대 타협이나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의약품 공급 불안정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부 정책과 제도의 실패에 있으며, 이를 방치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반면 대한약사회는 성분명 처방은 밥그릇 논쟁이 아니라 환자 중심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약사회 관계자는 "공급중단이 잦은 상황에서 상품명만 고집하면 환자는 약을 제때 받지 못한다"며 "성분명 처방은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약제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수급불안정 의약품에 대해 의사가 성분명으로만 처방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이를 두고 의협 등은 "형사처벌은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한 반면 정치권과 약사회는 "강제력이 없다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맞선다.품절 대응도 핵심 쟁점 사안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급중단 의약품은 꾸준히 증가했고,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11.9%에 그친다. 국회는 대체조제 간소화 법안도 병행 논의 중이다.하지만 의협은 "사후 통보만으로는 환자에게 어떤 약이 바뀌었는지 관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선 성분명 처방 익숙한데 우리는 왜 문제일까성분명 처방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제도화돼 있다. 영국과 호주는 일반명 처방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대만 역시 공공의료체계에서 성분명 처방을 장려하고 있다. 다만 이들 국가는 동일 성분이라도 환자별 반응 차이를 고려해 브랜드 고정 예외 규정이나 처방·조제 단계의 상호작용 경고 시스템을 병행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성분명 처방 자체는 세계적 흐름이지만 한국은 의약분업 체계 속에서 의사와 약사 간 역할이 엄격히 구분돼 있다는 점이 달라 안전망 보완 없이는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정치권은 성분명 처방을 '한국형 모델'로 안착시키겠다며 2026년까지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성분명 처방은 널리 시행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다양한 안전 장치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준다.결국 핵심은 환자안전이다. 접근성과 재정 효율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보완책과 책임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제도의 취지는 빛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