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CEO 서밋 참석 … AI·로보틱스 비전 제시행사 전 서울서 이재용·최태원 회동할 가능성HBM4 공급·AI 생태계 동맹 등 논의 이뤄질 듯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31일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공식 일정이지만, 업계의 시선은 그가 서밋 전후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잇달아 만날지에 쏠려 있다. AI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젠슨 황의 방한이 한국 반도체 기업과의 ‘AI 동맹’ 구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주목된다.

    20일 엔비디아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오는 31일 오후 3시 55분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에 참석한다. APEC CEO 서밋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공식 부대행사로,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개최된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황 CEO는 특별세션 무대에 올라 30분간 AI,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자율주행 기술 등 첨단 산업 전반에 걸친 글로벌 혁신 전략과 비전을 공유할 예정이다. 아울러 방간 기간 중 글로벌 리더, 국내 기업 경영진들과 만나 협력 방안도 모색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설비를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젠슨 황 CEO가 한국을 찾아 연설과 미디어 행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참석 요청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젠슨 황 CEO에게 APEC CEO 서밋 참석을 직접 요청했으며, 황 CEO도 다른 일정이 없으면 참석하겠다며 긍정적으로 화답한 바 있다. 그동안 젠슨 황 CEO는 미국·중국·일본·대만·영국·프랑스 등 전 세계를 돌면서도 유독 한국은 찾지 않아 ‘한국 패싱’이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업계에서는 그가 본 행사 이전 서울에서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잇달아 만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과 최 회장은 올해 8월 한미 정상회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황 CEO와 환담을 나눈 바 있다. 최근 중국의 기술 추격이 거센 가운데 최근 AMD도 오픈AI와 손잡고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주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은 설계를 담당할 뿐 실제 칩을 제조·공급하는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의 팹(Fab)이다. 엔비디아로서는 시장 지배력 유지를 위해선 K-반도체와의 동맹 강화가 필수 전략일 수밖에 없다. 

    특히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최대 1000억달러(한화 약 140조원)을 투자하고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협조가 필요하다. 엔비디아는 오픈AI에 AI 가속기 400만∼500만 개를 제공해 순간 최대 10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을 쓸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대량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성능 메모리가 필수적이다. 

    6세대 HBM4과 관련한 논의도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엔비디아의 핵심 협력사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HBM3E를 사실상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후발주자지만, 내년 상반기 HBM4 양산을 앞두고 품질 검증과 공급망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의 맞춤형(커스텀) AI 인프라 생태계에도 합류했다. ‘NV링크 퓨전’ 에코시스템에 합류했는데, 이는 중앙처리장치(CPU) 없이도 그래픽처리장치(GPU)끼리 통신할 수 있게 해주는 엔비디아의 고속 인터커넥트 기술이다. 엔비디아 칩에만 적용되던 NV링크를 확장해 엔비디아 제품이 아닌 CPU와 GPU 등도 연결·통합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맞춤형 CPU와 통합처리장치(XPU)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맞춤형 실리콘(반도체) 설계부터 제조까지의 전문 역량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HBM 공급 논의를 넘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 동맹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용 칩 ‘드라이브(Drive)’ 시리즈와 로봇용 컴퓨팅 모듈 ‘젯슨(Jetson)’을 앞세워 AI 반도체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1월 CES 2025에서 최태원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황 CEO와 로봇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 의견을 교환했다”며 “(젠슨 황이) 최근 발표한 코스모스 플랫폼을 앞으로도 같이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도 국내 기업의 AI 동맹 등 다양한 협업 시도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온다. 우리 기업에는 혁신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격화하는 AI 가속기 시장 경쟁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핵심 메모리·패키징 기술을 가진 중요한 파트너”라며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서 하드웨어 파트너를 다변화하려 하고, 한국 기업이 그 핵심 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