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규모 3500억달러→2000억달러 조정 논의투자금 조달 방식 두고 이견 … 美 "8년간 연 250억달러"韓 "150억달러 이상 불가" … APEC 계기 타결 기대해야김용범 "일부 진전있었지만 핵심 쟁점은 팽팽하게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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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했던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2025.10.24 ⓒ뉴시스
한미 양국이 3500억달러(약 49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둘러싼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오는 29일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투자 방식과 관세 인하를 포함한 포괄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24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미국은 해당 펀드에 대해 8년간 연평균 250억달러 수준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외환시장 충격과 외화 유출 우려를 이유로 연간 150억달러 이상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이에 따라 한국은 현금 투자 비율을 종전 3500억달러에서 2000억달러 수준으로 낮추고, 나머지는 대출과 보증 방식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억달러 현금 투자는 여러 해에 걸쳐 분할하는 방안이다.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2시간가량 회동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김 실장은 24일 귀국길에서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선 여전히 양국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협상의 어려움을 인정했다.한국은 당초 전체 투자금 중 5% 수준만 직접 지분 투자하고, 나머지는 대출과 보증으로 채우겠다는 구상이었다. 특히 일시적인 대규모 달러 유출은 외환보유액(약 4220억달러)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원화 가치 하락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측에 강조하고 있다.이에 따라 정부는 원화와 달러를 혼합해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이번 협상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될 수 있는 공동선언문과도 연결돼 있다. 한국은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대신,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다. 이와 함께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는 내용도 문서화 여부를 두고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재명 대통령은 2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며 관세 협상의 난항을 시사했다. 김 실장 역시 "추가 대면 협상은 어렵다"며 "APEC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은 막판에 급진전되기도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한편, 조현 외교부 장관은 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투자 구조와 수익 배분이 서로 맞물려 있어 하나를 조정하면 다른 쪽이 영향을 받는 복잡한 구조"라며 협상의 난이도를 설명했다.한국은 출자 비율에 비례해 수익의 90%를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이미 일본과 수익을 50%씩 나누기로 합의한 전례를 들어 한국에 더 유리한 조건을 허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정치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에 러트닉 장관이 동행하는 만큼, 한미 정상회담 직전까지도 물밑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협상 타결 여부는 결국 정상 간 정치적 결단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한미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안보·투자 문제를 포괄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경우, 이번 협상이 외교·경제 양면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