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가격 최대 30% 인상 통보中, 가격 인상 시동 … 소비자 원성삼성도 중저가 모델 가격 인상 불가피
  • ▲ 갤럭시 S25 시리즈.ⓒ삼성전자
    ▲ 갤럭시 S25 시리즈.ⓒ삼성전자
    글로벌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수직계열화를 통해 일정 부분 원가 부담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지만, 메모리 가격 인상 추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스마트폰 가격 정책을 둘러싼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주요 고객사에 올해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을 최대 30%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고객사·계약조건에 따라 평균 5~15% 수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는 시티그룹·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예상한 평균 10% 내외 인상폭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협상 결과와 수급 상황을 감안할 경우 실제 평균 인상 폭은 약 26%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확대와 공급 축소가 동시에 자리한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늘면서 D램 생산 여력이 줄었고, 낸드 역시 주요 제조사들의 감산 기조가 이어지며 단가가 빠르게 회복됐다. 여기에 공급사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출하를 조절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메모리 가격 급등은 스마트폰 완제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한 대 제조원가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50%에 달해, 메모리 가격 상승이 곧 완성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신 모델일수록 AI  기술 구현 등에 따라 고용량 메모리를 기본 탑재해 상승 폭이 더 크게 반영된다. 

    중국 시장에서는 이미 스마트폰 가격 인상이 시작됐다. 이달 공식 출시된 비보(Vivo) ‘X300’ 시리즈 가격은 전작 대비 100~300위안 상승했으며 오포(OPPO) ‘Find X9’은 200위안, 리얼미(Realme) ‘GT8’는 300~400위안, ‘GT8 프로’는 300~500위안 가격이 상승했다. 

    특히 샤오미가 지난주 출시한 저가형 레드미(Redmi) K90 시리즈의 경우 가격이 직전 세대 대비 약 100위안 오르면서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루 웨이빙 사장은 웨이보 게시물을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망 전반의 비용 압박이 신제품 가격에 실제로 반영됐다”며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오르고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번 가격 조정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갤럭시 시리즈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DS부문)와 스마트폰(MX부문)을 모두 보유한 수직계열 구조를 갖고 있어 외부 부품 조달 부담이 비교적 낮은 편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올해 1월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에서도 국내 256GB 기준 S25 115만5000원, S25+ 135만3000원으로 전작과 같은 가격을 유지했다. AI 기능과 카메라 성능을 향상시키면서도 가격을 동결하면서 시장에서도 흥행을 거뒀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 전 모델에 자체 개발 모바일 AP ‘엑시노스 2600’ 탑재를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추측된다. 업계에서는 갤럭시 S26의 최상위 라인업인 울트라 모델에도 4년 만에 자체 AP가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가의 외부 칩 의존도를 줄여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반도체 제조원가 자체가 급등하는 환경에서는 엑시노스 공급가격 인상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가격과 완전히 동떨어진 가격을 설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특히 업계에서는 플래그십 라인보다 중저가 라인업의 가격 인상 압박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미엄 모델은 고사양·고성능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의 가격 전가가 가능하지만, 중저가 제품은 가격 상승이 바로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수직계열화 구조와 재고 확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가격을 버틸 수 있겠지만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어느 정도 시장 가격을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결국 완제품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