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도 엘니뇨·라니냐보다 북태평양 고기압 위치·강도에 더 큰 영향받아"1920~2023년 韓 겨울철 기온편차와 엘니뇨 간 상관성 분석국내 최초로 엘니뇨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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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른쪽부터 이화여대 김진원 연구교수, 김지은 학부생, 허창회 석좌교수, 서울대 유승우 대학원생.ⓒ이화여대
이화여자대학교는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허창회 석좌교수 연구팀이 엘니뇨가 우리나라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엘니뇨가 기온, 태풍, 강수량 등 계절별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작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4일 밝혔다.엘니뇨는 감시구역(북위 5도∼남위 5도, 서경 120∼170도)의 해수면 온도가 수개월 넘게 평년보다 0.5도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남아메리카 서해안을 따라 흐르는 페루 해류 속에 난류가 흘러드는 현상으로, 에콰도르에서 칠레에 이르는 지역의 농·어업에 피해를 준다. 태평양 적도 지방과 때로는 아시아에도 광범위한 기상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허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100년 이상의 장기 기후 자료를 기반으로 엘니뇨가 한반도 기후에 미치는 실제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국내 최초의 연구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후 예측과 이상기후 대응 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연구팀은 1920년부터 2023년까지 우리나라 겨울철 평균 기온편차와 엘니뇨 지수 간 상관성을 검토했다. 분석 결과, 두 변수의 상관계수는 0.28로 나타났다.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하지만, 겨울철 기온변화를 설명하기에는 제한적이었다. 또한 엘니뇨와 라니냐(적도 부근 동부 태평양에서 해면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현상)가 발생한 해에 평년보다 기온이 높거나 낮았던 해는 전체의 34%에 불과해 엘니뇨 현상만으로 우리나라 겨울 기온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반면 상층 제트기류(-0.80), 시베리아 고기압(-0.70),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0.65), 북극진동(0.42) 등 다른 기후 요인은 겨울철 기온과 훨씬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다중 선형 회귀 분석에서도 이런 요인들이 엘니뇨보다 훨씬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우리나라 기온변화를 가장 크게 설명하는 요인이었다. -
- ▲ 엘니뇨와 라니냐 해, 양과 음의 기온 평년편차 해 간 기상장의 차이 이미지.ⓒ이화여대
여름철 태풍 분석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엘니뇨와 라니냐가 발생한 해의 우리나라 태풍 상륙과 발생 횟수, 태풍 진로에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계절평균 강수량도 엘니뇨보다 상층 제트기류,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치와 강도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엘니뇨 위주의 단순 예측보다 열대와 중위도 기후 요인을 모두 반영한 통합적 기후 예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허 교수는 "그동안 엘니뇨와 라니냐가 우리나라 이상기온과 강수, 태풍의 주요 원인으로 단정적으로 지목돼 온 경향이 있으나 이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이런 단순화된 설명은 기후 예측의 정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열대 태평양은 우리나라로부터 1만㎞ 이상 떨어져 있으며 그 영향은 간접적일 뿐"이라며 "우리나라는 면적이 작고 열대와 중위도 기상현상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일 요인인 엘니뇨로 기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달 24일 기상·대기과학 학술지 '아시아-퍼시픽 저널 오브 애트모스퍼릭 사이언시스(Asia-Pacific Journal of Atmospheric Sciences·아시아-태평양 대기과학 저널)'에 게재됐다. 연구에는 이화여대 김진원 연구교수, 김지은 학부생, 서울대 유승우 대학원생이 참여했다. -
- ▲ 이화여자대학교 전경. 우측 상단은 이향숙 총장.ⓒ이화여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