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는 아시아신탁…2018년 인수후 사명 변경올해 상반기 흑자전환…영업이익 1년새 106%↑책준 관련 11건 피소…5월 관련 소송 1심 패소
  • ▲ 신한자산신탁 사무실이 있는 케이티앤지 타워ⓒ네이버지도 갈무리
    ▲ 신한자산신탁 사무실이 있는 케이티앤지 타워ⓒ네이버지도 갈무리
    신한자산신탁이 반기기준으로 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충당금 일부가 환입됐고 신규발생 및 상각 규모가 줄어든 영향이다. 다만 최근 법원이 '책임준공'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원리금 전액 배상판결을 잇따라 내리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간 안전장치로 불렸던 책임준공이 이제는 신한자산신탁 재무건전성을 위협하는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6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은 2006년 정서진 회장이 설립한 아시아신탁이 모태다. 2018년 신한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인수했고 2022년 사명을 현재 이름으로 변경했다.

    전신인 아시아신탁은 여느 부동산 신탁사와 마찬가지로 안정적 수탁고 중심의 운영기조 속에서 꾸준한 외형성장을 이어갔다. 2014년 268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17년 640억원으로 2.4배 확대됐다. 차입형 토지신탁보다 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구조 탓에 성장 속도는 완만했지만 2016년 영업이익이 직전년 대비 242.5% 급등하는 등 한때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영업이익률 또한 2016년 57.1%, 2017년 59.8% 수준까지 치솟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2018년부터 부동산 관련 경기악화 조짐과 정부 규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실적이 하락했다. 2018년 영업수익은 6.2%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335억원·242억원을 기록, 직전년 대비 12.7%·14.2% 감소하며 실적 상승세가 역행하기 시작했다. 

    수익성 지표중 하나인 총자산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도 2016년 각각 33.3%와 51.4%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 다시 하락했다. 2018년 총자산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은 각각 24.8%와 32.3%로 2년새 8.6%p, 19.1%p씩 줄었다. 부동산 경기악화 등 영향을 받아 수익성 지표가 일제히 악화됐고 영업이익 및 순이익의 감소로 수익성 지표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대출채권 관련 손실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차입형토지신탁 사업의 확장과 함께 신탁계정대가 늘어나며 자산건전성이 악화되자 대손상각비가 증가했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폭발적인 실적 성장의 동력이면서 동시에 자산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이후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된 신한자산신탁은 지난 2023년까지만 하더라도 순이익을 기준으로 신탁사 상위 3위에 오를 정도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해 왔다. 당시 부채비율도 23% 수준으로 업계 평균 52%에 비해 낮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적과 재무지표가 모두 꺾이게 된 배경에는 책준형 토지신탁에서 손실이 대거 반영된 데에 있다. 지난 2021부터 2022년까지 집중적으로 늘린 책준형 토지신탁사업의 책준기한이 다가오는 시기와 맞물리며 손실액이 확대된 것이다. 실제 지난 2023년 신한자산신탁은 국내 신탁사 가운데 가장 많은 133곳의 책준형 사업장을 보유했고 총 PF잔액은 5조5676억원에 달했다. 

    이는 자기자본 3779억원의 약 15배 수준으로 보유 자본을 활용해 수습하기 어려운 규모였다.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이러한 실적 부진은 지난해까지 이어졌지만 올상반기 반등에 성공했다. 상반기 매출은 5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4.4% 증가했다. 매출액 중 가장 비중이 높은 항목은 331억원을 기록한 수수료수익이다. 신탁보수로만 241억원을 기록했다. 

    기타영업수익도 309억원을 기록해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 신탁계정대 일부가 회수되면서 환입된 충담금이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상반기 충당금 환입액은 301억원으로 3억원에 불과했던 전년동기 대비 100배이상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12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016억원이었다. 분기별 영업이익은 1분기 54억원, 2분기 69억원 등이다. 반기 기준은 물론 분기 기준으로도 전년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순손익도 –1751억원에서 1년새 122억원으로 급증했다.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와 관련해 신한자산신탁은 손실예상 금액 6억2000만원만을 추가 기타충당부채로 반영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책임준공 의무 미이행과 관련해 14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신탁사는 반기말 기준 11건의 사업장에 대해 책임준공 기한이 지났으며 여기에 투입된 PF 대출잔액은 3536억원에 달한다.

    앞서 8월에는 설립이후 처음 내놓은 공모 회사채로 원래 목표의 2배에 가까운 1500억원을 발행했다. 이번 공모채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공사비 투입이 아닌 책임준공 사업장 관련 손해배상 소송의 패소에 대비한 선제적 유동성 확보 차원이다. 

    신한자산신탁의 유동성에 가장 큰 부담 요인은 손해배상 리스크로 꼽힌다.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이 책임준공형 사업장에서 시공사 부도 등으로 PF원리금 상환이 지연되자 신탁사를 상대로 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수익성 둔화와 신탁계정대 부담으로 자금 여력이 제한된 가운데 법원 판결에 따라 대규모 자금유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신한자산신탁은 5월30일 경기도 A물류센터 관련 책임준공 관리형 개발신탁 손해배상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대주단에 대출원금 256억원과 연체이자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신탁업계에서 신탁사가 PF 원리금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첫 판례였다.  

    현재 신한자산신탁이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린 사업장은 총 11건에 달한다. 배상청구액은 약 2696억원으로 이는 PF대출원리금 규모에 해당한다. 여기에 연체이자와 소송비용 등을 포함하면 총 부담액은 3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소송에 따른 부담 요인은 △회계상 비용 △유동성 위험 △최종 손실부담 등이며 신탁사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신탁사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이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탁사 입장에선 패소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을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적자경영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