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약 100명 채용 … 올해 서울대·고려대 등 대상으로HBM 주도권 확보 위한 채용 '속도전' … 타이중 즉시 투입국내 고급 인력 부족 속 해외 기업 가세 … 인재 유출 우려
  • ▲ 마이크론 HBM4 제품 이미지.ⓒ마이크론
    ▲ 마이크론 HBM4 제품 이미지.ⓒ마이크론
    마이크론이 한국의 젊은 반도체 인재 수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국내 대학 캠퍼스에서만 약 100명에 달하는 인원을 채용한 마이크론은 올해 서울대·고려대 등 최상위권 공대를 정조준하며 채용 공세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 내 고급 인재를 선제적으로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력 부족이 심화된 국내 반도체 산업에 해외 기업까지 뛰어들면서 핵심 기술 인재 유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 타이완 법인은 12월 8일 고려대, 9일 한양대, 10일 서울대 등에서 채용 설명회와 현장 채용 면접을 병행하는 캠퍼스 리쿠르팅을 진행한다. 특히 올해는 마이크론 임원과 엔지니어가 직접 내한해 반도체 산업의 현황과 향후 전망, 기술적 토론 등을 포함한 세미나도 개최한다. 

    지원 자격은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및 반도체 관련 전공의 졸업예정자와 석·박사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모두 영어로 제출해야 해 사실상 영어 능숙이 필수 요건으로 꼽힌다. 

    면접은 당일 단 한 차례로 진행되며, 합격 여부도 즉시 확정된다. 채용 절차와 시간을 최소화해 우수 인재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채용 확정자는 대만 타이중 공장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대만 공장은 마이크론의 최대 D램 생산기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도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합격자들은 첨단 HBM 업무를 중심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마이크론의 한국 내 채용 공세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에도 국내 대학과 협력해 현장 면접 방식의 캠퍼스 리크루팅을 진행했고 총 98명을 선발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건국대·경북대·부산대·서울시립대 등 비수도권·중위권 대학에서 진행했다면, 올해는 서울대·고려대 등 수도권 최상위권 공대를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마이크론이 한국 젊은 인재를 적극 공략하는 것은 대만·싱가포르·일본 등 생산거점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반도체 전공 인재가 대규모로 배출되는 교육 환경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공계 비중이 높고 반도체 공정·설계 교육 인프라가 확립돼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공대생들은)공학 기초·설계 역량·학습 속도에서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가 많아 재교육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인력난 속 해외 기업까지 핵심 인재 경쟁 가세하면서 산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핵심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31년까지 국내 반도체 전문 인력이 5만4000명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HBM·극자외선(EUV) 공정·설계 등 고급 기술 분야에서 석·박사급 인력 수급이 더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전공 학부생은 늘고 있지만 상당수가 대학원 진학 대신 타 산업으로 이동하거나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파격적인 대우로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실제 타이중 배치 시 연봉·주택 지원·장기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현장 채용 방식 자체가 신입 엔지니어에게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마이크론은 최근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 장비·디스플레이 업계 경력자들에게도 이직 제안을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BM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기업 간 인재 선점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면서 “정부·기업·대학이 공동으로 고급 인력을 육성하고 붙잡는 생태계를 만들지 않으면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은 구조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