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매출 비중 51% … 천안 물류센터 전소로 전략 차질 불가피축구장 27개 규모 거점에 1000만여 개 재고 소실 추정연말 패션 성수기 직격탄 … 물류 회복 속도 따라 실적 갈릴 듯
  • ▲ 이랜드 천안 물류센터 화재 ⓒ연합
    ▲ 이랜드 천안 물류센터 화재 ⓒ연합
    지난 15일 발생한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가 이랜드의 연말 실적 전망에 변수가 되고 있다. 이 물류센터는 주력 브랜드 제품을 처리하는 핵심 패션 허브로 패션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는 이랜드에 사실상 그룹 실적의 심장부로 평가된다. 물류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4분기뿐 아니라 내년 실적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랜드월드의 패션 부문 매출은 올해 3분기 전체 4조9443억원 가운데 2조5311억원(51.2%)을 차지한다. 이랜드월드는 그룹의 모회사이자 패션 부문을 영위하는 사업형 지주사로 그룹 실적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다. 이러한 매출 구조를 고려할 때 천안 물류센터 피해는 이랜드 실적 전반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에 위치한 물류센터는 연면적 20만㎡, 축구장 27개 규모의 대형 시설이다. 부평, 남안성 등 전국에 흩어져 있던 물류 거점을 통합하기 위해 2014년 완공됐다.

    11톤(t) 화물차 150대를 동시에 접안할 수 있고 일일 최대 5만박스를 처리한다. 연간 기준으로는 400만~500만박스가 오가는 이랜드 패션의 핵심 인프라이지만 이번 화재로 건물이 사실상 전소한 상태다.

    이 곳에는 스파오, 뉴발란스 등 10여 개 브랜드의 제품이 중국,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돼 집결한다. 각 층마다 160만~350만장의 신발과 의류가 보관돼 왔고 업계는 이번 화재로 1000만여 개의 상품이 소실된 것으로 추정한다. 
  • ▲ ⓒ뉴발란스 홈페이지 캡처
    ▲ ⓒ뉴발란스 홈페이지 캡처
    업계는 특히 이번 화재가 패션업계 최대 성수기인 4분기에 발생했다는 점을 우려한다. 4분기는 패션업계 전체 매출의 30~40%가 집중되는 시기로 겨울 아우터 등 단가가 높고 계절성이 강한 품목들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성수기 직전 공급 허브가 멈추면서 연말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이랜드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뉴발란스, 스파오 등 주요 브랜드가 고르게 성장하며 5년 연속 실적 상승세를 이어왔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 달성도 유력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화재로 연말 판매 전략이 한순간에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화재 직후 이랜드는 자사몰에 배송 지연 공지를 띄웠다. 각 브랜드는 공지를 통해 "물류센터 운영 차질로 일부 상품 배송이 지연되거나 주문이 취소될 수 있다"며 "정상화 즉시 순차 처리하겠다"고 안내 중이다.

    이랜드는 현재 출고 정상화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대체 물류센터를 통해 출고 차질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기존 주문은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재고 이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천안 물류센터가 주력 브랜드의 통합 처리 기능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단기간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성수기 판매가 막히면 단기 매출 감소뿐 아니라 브랜드 충성도와 고객 경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랜드로서는 얼마나 빨리 정상화하느냐가 실적뿐 아니라 브랜드 신뢰 회복의 관건"이라고 봤다.